한 초등학생의 목숨을 앗아간 울릉군 해수풀장 취수구 끼임 사고. 부실한 시설물과 허술한 안전관리라는 문제가 맞물려 발생한 이 비극의 책임을 놓고 법원이 항소심에서 공무원들의 형량을 대폭 낮췄다.시설물의 부실시공과 장기간 유지·관리 소홀이라는 사고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섬 지역의 구조적 여건과 인력·예산 부족, 유족과의 합의 및 손해배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무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3-3형사부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울릉군 해수풀장 공사감독 및 운영 실무책임자 A(47) 씨에 대해 원심의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파기하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담당 과장 B(59) 씨는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됐다. 준공검사관 C(53) 씨와 안전관리자 D(29) 씨도 각각 벌금 700만원으로 형량이 낮아졌다.반면 시공업체 관계자 3명에 대한 항소와 검찰의 항소는 모두 기각돼 1심 판결이 유지됐다. 설계책임자와 안전검사원 등 2명도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이번 항소심의 핵심은 사고 책임의 무게뿐 아니라 피고인들 사이의 형평성과 울릉도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양형에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인지에 맞춰졌다.◆ 정품 안전장치 대신 석쇠 철망…사고는 예고된 위험이었나
비극은 2023년 8월 1일 오전 11시 5분 울릉군 북면 '울릉도 심층수 풀장 놀이터'에서 발생했다. 물놀이를 하던 초등학생 A(당시 12세) 군이 고압 취수구 배관에 왼쪽 팔이 빨려 들어가면서 목숨을 잃었다.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시설물의 문제는 심각했다. 시공업체는 2015년 시설을 시공하면서 정품 안전 덮개를 설치하는 대신, 바닷물에 쉽게 부식되는 수천원 상당의 석쇠 철망을 용접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더욱이 공무원들은 안전 덮개가 유실돼 취수 배관이 외부로 노출된 상태에서도 시설 출입문을 잠그지 않았고, 별도의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여기에 기준 수심인 30㎝를 초과해 풀장을 운영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결국 부실하게 시공된 안전장치, 장기간 이어진 유지·관리 소홀, 운영 과정의 안전관리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 항소심, '개인의 책임'에 더해 '구조적 한계'도 고려
 
앞서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는 부실시공과 8년간 이어진 관리 소홀이 결합해 사망사고를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피고인 7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특히 공사와 시설 운영 전반에 관여한 A 씨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책임을 물었다.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다른 공무원들과 시공 전문가들이 모두 벌금형을 받은 상황에서 A 씨에게만 금고형을 선고한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아울러 섬 지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안전요원 확보와 관련 인력·예산 운용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던 점, 당시 안전관리와 관련한 법적 규율의 공백이 있었던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유족이 항소심에서 공탁금을 수령하고 선처를 탄원한 점도 참작 사유가 됐다. 울릉군이 유족에게 약 5억76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사실 역시 고려됐다.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항소심 재판부는 공무원들의 형량을 벌금형으로 낮췄다.◆ 형량은 낮아졌지만, 안전관리 책임까지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울릉도와 같은 도서 지역의 행정·안전관리 여건이 실제 사법적 양형에서 고려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다만 지역적 한계와 행정적 어려움이 시설 안전관리의 책임을 어디까지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생각할 지점이 남는다.특히 이번 사고는 단순한 안전사고가 아니었다. 시설을 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안전장치가 부실했고 이후 장기간 관리 과정에서도 위험 요소가 제거되지 않았다. 
 
이용객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기본적인 조치마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책임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사고는 형량의 경중만으로 마무리될 수 없다. 판결 이후에도 중요한 과제는 분명하다. 다시는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시설의 안전점검과 유지·관리 체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법원의 감형 판단과 별개로, 이번 사고가 남긴 가장 무거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누군가의 안전을 지켜야 할 공공시설에서, 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