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의 장묘문화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 정부는 27년 전국 화장률에 대한 통계를 발표 했는데 놀랍게도 58.9%라고 했다. 이 비율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23.2%에 비하면 2.5배나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10년 전만 해도 화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화장은 가난한 사람이나 무연고사, 사고사, 전염병 환자 등의 경우에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화장이 매우 빠르게 늘어난 것은 사회 환경변화와 국가 정책의 변화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화장 문화 확산운동 등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된다. 한국인에게 있어서 조상묘를 돌보는 일은 효의 실천으로써 매우 중요한 일로 여겨왔다. 그래서 해마다 한식성묘와 추석성묘 시기에는 성묘객들로 인해 전국의 도로들이 자동차 행렬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고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시골에는 노인들만 남아 조상묘를 돌보는 일은 노인들의 차지가 되었다. 직장이나 사업 등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선산, 문중산 등을 찾아 성묘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달라진 사회구조 상황에서 과거의 매장관행을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지켜나가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묘지문화는 세계 각국과는 아주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개인 묘지는 허용되지 않고 공원처럼 집단화 되어 있고 일정한 구격으로 면적을 작게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산과 들, 밭모퉁이에 무분별하게 묘지가 들어서 있다. 집단화된 묘지는 공설묘지와 공원묘지, 종교단체묘지들이며 이 또한 주위로부터 반대를 받고 있다. 따라서 개인묘지들은 각 가정에서 잘 관리하지 않을 경우 무연묘지가 되어 자연경관을 해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평 내외로 작게 무덤을 만드는데 비해 우리는 적게는 3~4평에서 수백 평씩 큰 무덤을 만들고 있다. 60%이상 화장률이 증가한 현재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이나 돈 또는 높은 지위를 가진 이들은 이를 과시하기 위해 호화 분묘를 불법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을 기점으로 화장이 매장을 앞지르고 있어 이제는 자연보호와 친환경적으로 화장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다. 화장이 늘어나면서 봉안묘에 관심이 높아지자 몇 년 전부터 석물만으로 만들어진 납골묘, 납골당 등이 성행하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매장묘 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 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래서 3~4년 전부터는 수목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제도가 미처 시행되기도 전에 불법적으로 수목장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2008년 5월 26일부터 자연장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자연장을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나무, 화초, 잔디 등의 주변이나 밑에 묻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묻을 때에는 분해되는 재료로 만들어진 유골함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형태는 이미 외국의 묘지공원 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아주 다양한 형태로 설치되어 있다. 화장 후 바다나 산등에 살포하는 산골도 세계 각국에서는 허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행해지고 있다. 어쨌든 우리는 화장 이후에도 다양한 방법의 선택이 가능해졌다. 한편 화장률이 급증하게 되면서 시설부족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화장장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내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 아직까지 화장장시설은 대표적인 기피 시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화장률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니 이제 지역적으로 많은 인센티브를 주고 품위 있고 공원화된 친화경적인 화장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했던 장례식장도 병원의 부속시설로 어디든 설치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하루빨리 화장 문화에 대하여 생각을 바꾸고 자치단체마다 하나의 화장장 건설에 대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강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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