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에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사건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다시 흔들었다. ‘9.11 참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테러리스트들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가장 충격적인 방식으로 죽이려고 간지를 짜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재능이 나쁜 데 쓰이는 것처럼 우리를 절망적으로 만드는 것은 없다. 물론 그들이 저지른 죄악은 압제적 권력들이 저지른 죄악보다 규모에서 훨씬 작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의 행위들이 정당하다고 확신한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일은 객관적으로 사악하다. 그러나 테러리스트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그런 사악함을 충분히 정당화할 만큼 크다고 믿는다. 아무리 사악하더라도, 그들의 행위는 나름의 논리에 바탕을 두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핵심은 사람의 판단이 틀릴 가능성(fallibility)이다. 판단의 옳고 그름을 판별할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만든다. 이런 사정은 물론 정치 분야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갑자기 닥친 경제 위기는 사람들의 절대적 신임을 얻어 ‘현인(賢人)’ 대접을 받는 사람들도 자주 그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괴롭게 일깨워주었다. 이번 위기의 진원인 미국의 경우, 물가 관리를 맡은 중앙은행 책임자들은 통화 정책을 잘못 펴서 자산 거품(asset bubble)이 일도록 했다. 현재 실질적 조치들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사람의 판단을 되도록 인공지능(AI)의 판단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보이는 본능적 행태, 감정적 판단, 이기적 고려, 그리고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 따라서 사람의 판단이 어려운 분야들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서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은 합리적이고 실제적이다. 이런 추세에서 뜻있는 발전으로 꼽힐 일이 요즈음 추진되고 있다. 미국 육군은 자율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지능 로봇(intelligent robot)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 로봇을 개발하려는 목적은 좀 뜻밖이다. 만일 자율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된다면, 감정에 판단이 흐려지지 않으므로, 전투 상황에서 훨씬 인도적으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율적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로봇은 진정한 로봇에 아주 가까운 존재일 것이다. 공장에서 단순한 일들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과는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다. 이런 자율적 로봇의 출현은 사람 마음의 노후화(obsolescence)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미 전문가 체계들은 사람의 판단을 점점 많이 대치해왔다. 사람 몸은 물론 오래 전에 기계에 의해 거의 대치되었다. 생산 활동에서 사람의 근육이 차지하는 몫은 기계의 몫에 비기면, 아주 미미하다. 앞으로 로봇은 인류에게 호의적이고 도움이 되는 존재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로봇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은 사람들이므로, 인류에게 좋은 특질들은 선택되고 해로운 특질들은 제거될 것이다. 이런 과정은 사람들이 가축을 길들이고 개량해온 과정과 본질적으로 같다. 사람이 맨 먼저 길들여서 가장 오래 공존해온 개의 진화는 로봇의 진화가 할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인류와 로봇이 함께 살면서 공진화(coevolution)할 가능성이 높다. 로봇의 능력이 향상되면서, 로봇이 점점 많은 일들을 맡게 될 것이다. 복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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