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국의 대만 공격을 촉발하지 않을까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이를 의식한 듯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대만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대만은 중국과 분리할 수 없는 일부다. 이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법률적,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며 대만의 독립을 반대했다. 그는 대만 문제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을 아꼈다.푸틴은 지난해 10월 모스크바의 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의 무력통일 가능성은 낮으며 중국과 대만은 공통의 이해관계에 따라 통합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두고 미국에서 온갖 논의가 벌어지고 있지만 두가지 사안은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분명 큰 차이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서방의 압력 때문에 더 가까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푸틴도, 시진핑 주석도 상대의 문제에 관여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다만 푸틴의 우크라이나 입장과 시주석의 대만입장 사이에 공통점도 있다. 역사적 지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자결권과 민주주의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푸틴은 22일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팽창을 핑계삼으로면서도 역사가 안보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푸틴은 서방은 물론 옛 소련 지도자들까지도 우크라이나를 억지로 만들어낸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푸틴은 2008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는 진정한 국가가 아니라고 말해 충격을 일으켰다. 역사가들은 그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WP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와 언어가 수백년 동안 이어졌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운동이 1800년대 중반 활발해진 것이 러시아 황제의 골칫거리"였다고 썼다.다소 애매하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정체성에 의문의 여지는 없다. 우크라이나는 명백히 현존하고 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했을 때 우크라이나 국민 90% 이상이 투표해 독립했다. 아직 미완성이기는 해도 활기있는 민주국가다. 주민 과반수가 서방국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원하며 푸틴과 러시아를 불신한다.중국 당국자들도 대만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보인다. 대만이 "이탈한 지방"이며 본토와의 통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대만은 분명 차이가 있다. 중화민국 정부는 1949년 중국을 탈출했지만 중국 본토에 대한 주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1970년대 이래 중국이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데 성공해 유엔 회원국 자격을 박탈하는 등 여러 국제기구에서 축출했다.그러나 중국 정부의 주장은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통치한 적이 없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 또 대만에서 원주민 역사가 오래 이어져 왔다는 사실도 무시한다.무엇보다 대만은 유능한 정부가 있는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다. 코로나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점이 대만 정부가 유능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대만 국립정치대학이 202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주민의 64%가 자신을 대만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3%만이 중국 사람으로 생각했다.푸틴이나 시주석으로선 이같은 세부적 사실들이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푸틴이 총리가 된 뒤 처음 한 일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독립 체첸의 반군들을 잔혹하게 때려 눕혀 러시아 통치 아래로 되돌린 것이다.시주석은 점진적으로 인권을 퇴보시키고 반대자 다수를 투옥하거나 망명토록 함으로써 민주주의 홍콩을 복속시켰다. 신장과 티벳의 독립 요구는 무력을 사용해 탄압했다.지구상 곳곳에서 자주권이 부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주 마틴 키마니 유엔주재 케냐대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식민주의 행태로 비판한 것이 소셜미디어에 크게 회자됐었다. 아프리카 등지의 많은 나라들이 20세기에 독립투쟁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다.그는 "우리는 사라진 제국의 잔불이 다시 우리를 지배와 압제에 빠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고 했다.푸틴이나 시주석 모두 강대국 식민주의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 왔다. 두 사람이 상대방의 대만이나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언급하길 꺼리는 이유다. 중국은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불개입과 영토적 통합성에 대한 존중이 중국 외교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해 줄타기를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자결권과 민주주의를 깨트리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러시아는 조만간 우크라이나 침공의 이익보다 대가가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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