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행자’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유입으로 개봉 7일 만에 교차상영으로 내몰리게 됐다. 12억5000만원을 들인 저예산 영화 ‘집행자’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2위, 동시기 개봉작 중 1위를 차지하며 장기흥행 가능성을 보이고 있었다. 12일 제작사인 활동사진의 조선묵 대표는 삭발을 한 채 나타났다. 당초 공개적으로 삭발식을 벌일 예정이었다. “갑자기 삭발식을 취소한 이유는 너무 과격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영화인답게 이야기로 풀기 위해 기자회견으로 대체했다.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중에 이런 일이 생겼다. 이 시점에 와서 교차상영으로 될 경우 투자사에게 무슨 면목으로 다음 작품을 말할 수 있겠나?”라고 호소했다. 최진호 감독도 “시작 당시에도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영화를 열심히 만들면 약간의 돌파구가 있을 줄 알았다. 작은 영화에서도 수익을 내보자는 각오로 일했다. 첫 주 20만이 들었고 상영관 대비 좌석 점유율 1위를 했다는 기쁜 소식도 들렸다. 그런데 갑자기 이 영화가 교차상영되면서 하루 2번, 조조와 심야상영으로 내몰렸을 때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삭발식이 있다는 소식에 모 매체에서 ‘산소 호흡기를 대는 심정’이란 기사가 나왔다. 정말 이 심정과 비슷하다. 못난 자식도 살리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데 관객들에게 인정도 받고 자발적으로 관객들에게 토론대상도 되는 영화가 못난 부모 만나 산소 호흡기를 떼야 해 대단히 미안하다.” ‘집행자’의 주연 조재현은 “삭발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꼭 해야 하나?’ ‘이미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어 조 대표를 말렸다. 그래도 역시 방법은 이것밖에 없지 않나 싶어 이 자리에 섰다. 배우가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 지인들이 많이 말렸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 온 결정적인 이유는 ‘집행자’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한 30여명의 스태프들 때문”이라며 눈시울 을 붉혔다. “이미 늦었고 더 이상 대책도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영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능성 있는 저예산 영화가 더 이상 이런 대접을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조 대표와 최 감독은 ‘영화 집행자 교차상영 철회를 위한 정부의 대안 마련을 탄원합니다’는 탄원서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전달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진=12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영화 `집행자`의 주연배우 조재현이 교차상영 철회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며 입술을 깨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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