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학예사의 방에는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 텅 빈 전시실을 채우기 위해 고민했던 젊은 날의 제 모습과 관람객이 가득 찬 지금의 모습이 겹쳐져 가슴이 뭉클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현직 박물관장으로서 그간의 각종 관련 저서들과는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하는 신간이 발간됐다. 30여 년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해 온 최선주(59)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지난 3일 ‘박물관 큐레이터로 살다(주류성)’를 펴낸 것인데, 불교조각을 전공한 저자가 우리나라 박물관 110년의 역사 중에서 전환기라 할 수 있는 199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국립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경험한 소회를 다루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지방 박물관을 거치며 굵직한 특별전을 기획한 최 관장은 유물의 진가를 드러내는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런 그가 다소 교과서적이고 이론서적인 것에서 박물관에 사는 사람들의 생생한 인생을 기록하고 소개한다.    "박물관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면 큐레이터마다 특별히 애정이 가는 유물이 있다. 그 유물을 발굴할 때 현장에 참여했다든지, 유물을 구입할 때 담당자였거나 혹은 세부조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든지 해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경우가 그렇다. 나는 과거 국립경주박물관에 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만나는 불상이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그간의 안부를 묻고 마음으로 대화하던 귀여운 미소를 지닌 삼존불이다" -본문 ‘피아노 연주에 놀란 장창곡 애기부처’ 중에서- 이처럼 유물 전시의 다양한 뒷이야기와 에피소드를 통해 손에 잡힐 듯한 흥미를 유발하면서 큐레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박물관을 사랑하고 즐겨 찾는 관람객과 박물관에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박물관을 친숙하게 여기도록 안내하는 지침서다. 이 책은 제1부 ‘큐레이터, 불상을 마주하다’, ‘제2부 ‘특별전, 이 땅의 특별한 이야기’, 제3부 ‘박물관, 숨겨진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 전시에 얽힌 이야기와 가장 기억에 남은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을 비롯해 최근 국립경주박물관이 기획한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 특별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일을 소개한다. 숨겨진 박물관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관련된 사진들을 전시도록을 보는 것처럼 정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큐레이터들은 시간을 만지는 사람들이자 시간을 잇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큐레이터가 과거인들의 손때 묻은 유물을 다루며 그 가치를 찾고, 현대에도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박물관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과 열정을 바친 이들을 거쳐 유물이 지나온 오랜 시간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시된다는 것이다. 지난 8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만난 최선주 관장은 “30년 큐레이터의 생생한 이야기를 남기고 전하고 싶었다. 이제야 그 바람을 이루고자 한다”라며 첫 일성을 전했다. 그는 “박물관 도처에 스며있는 큐레이터들의 땀과 열정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아울러 박물관이 어렵다거나 과제 정도로 여기고 접근하는 관람자에게 박물관은 힐링의 공간이자 친숙하고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다"며 "나처럼 20~30여 년간 박물관에서 고민하면서 일해 온 사람들의 지층적 스토리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하고 기억해주고 소개할만한 유물 이야기를 모아봤다"며 "내 작업 이후, 후배 큐레이터들에게는 그들 각각의 20년 혹은 30년의 공감이 갈만한 이야기를 정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자 최선주는 한국미술사로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전남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나라국립박물관 객원연구원, 국립춘천박물관장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간 ‘고려사경 변상도의 세계, 부처 그리고 마음’ 전과 ‘창령사 터 오백나한, 당신의 마음을 닮은 얼굴’ 등 크고 작은 전시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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