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승용차를 이용 했는데, 요즘은 철길숲을 따라 집에서 회사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합니다. 숲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30분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입니다.”(30대 회사원, 용흥동) “철길숲을 걷다보면 차를 타고 다닐 때 볼 수 없었던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어 좋아요. 또, 걷다가 맘에 드는 주변의 카페나 식당에 들르는 재미도 있고요”(20대 대학생, 대잠동)포항 그린웨이프로젝트 추진 후 시민들의 삶의 방식이 걷기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다. 북구 우현동에서 남구 효자동에 이르는 6.6km의 철길숲이 조성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숲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운동을 하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시 경영의 세계적 이슈 가운데 하나는 도보 생활권 중심 도시 구축이다. 소르본 대학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교수가 제안한“15분 도시”개념이 프랑스 파리에서 적용되며 세계의 여러 도시로 확산되고 있고, 서울, 부산, 대전 등 국내도시에서도 뒤따라 도입하고 있다.
◆ 걷기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15분 도시”란 근거리 서비스에 기반한 도시로 동네주민끼리 길에서 서로 만나기 쉽고 함께 생활환경을 가꾸며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도시를 말하는데, 집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에 상업, 문화, 의료시설 및 학교 등 공공서비스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구상이다. 포항시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추진중인 그린웨이 프로젝트로 도심내 숲길과 물길 연계를 통한 보행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보행중심 15분 도시' 조성이라는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포항시는 철길숲의 성공을 기반으로 도시의 핵심지역을 숲길로 연계하는 이른바 '녹색보행자 고속도로 계획'을 추진 중이다.시는 '녹색보행자 고속도로' 조성을 위해 먼저, 유강정수장 앞 철길숲 상생 인도교를 통해 철길숲의 녹지축과 형산강 수변축을 연결하고 학산천 복원을 통해 철길숲과 동빈내항을 연결시킬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철길숲은 형산강 수변공간에서 포항운하, 동빈내항, 학산천을 거쳐 다시 철길숲으로 이어지게 되며 원도심을 구석구석 연결하는 생활권 그린웨이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된다.또, 시가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포스코대로(방장산터널-오광장-형산로터리)를 리모델링해 철길숲과 형산강을 연결하는 숲길 조성을 구상중인데 이 길이 만들어지면 원도심 권역에 순환형 숲길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보다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즉, 자동차가 가진 도시공간의 주도권을 보행자가 되찾아옴에 따라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생활이 가능하게 되어 시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아울러, 숲길 연계사업은 단순한 보행편의성 뿐만 아니라 도시쾌적성 증진, 탄소중립기여, 도심내 유동인구 확보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등 1석 3조의 효과를 발휘하며 사업효과가 실제로 증명되고 있다.
◆ 유동인구 증가에 따라 숲길 주변 골목경제 활성화 포항의 대표적 선형 도시숲인 철길숲의 경우 평일 3만5000여명, 휴일 5만1000여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유동인구 증가에 따라 숲길 주변에 음식점, 카페, 소매점 등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생겨나며 골목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2020년 서울연구원이 130개 단위사업을 분석해 발표한“걷는 도시 서울 정책효과와 향후 정책방향 보고서”에서도 보행정책사업 완료 후 유동인구는 25.7%, 상권매출액은 8.6% 증가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동차가 아닌 도보로 이동할 경우, 거리에서 다양한 체험과 이벤트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거리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지역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포항시는 그린웨이 프로젝트 추진 이후 지난 5년간 1237만 5000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었고 그렇게 조성된 숲의 면적은 47만5720㎡, 축구장 66개 규모와 맞먹는다.지금까지 구축한 녹지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존녹지와 주거지를 연결하는 보행전용 숲길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면 생활권 녹지수요를 충족하면서 산책, 조깅, 자전거 등 선적 여가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 간 교류활성화 및 공동체 증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특히 숲 조성에 의한 도시미기후 조절, 골목 내 유동인구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등 도시재생 및 활력부여라는 측면에서 많은 효과가 기대되며, 이런 의미에서 근거리 도보생활권내 숲길 조성은 도시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둘레길 조성으로 스쳐가는 여행지에서 머무는 여행지로 변화 몇 년 전부터 시작된 걷기여행길 열풍으로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보며 걷는 둘레길 여행이 보편화 되고 있다. 걷기 여행자들 가운데 한번쯤 가보고 싶은 걷기 여행길로 산티아고 순례길, 제주올레를 꼽는 사람들이 많지만 포항에도 숨은 진주와 같은 걷기여행 길이 있다. 바로 영일만 해오름 탐방로다. 영일만을 중심으로 이어진 영일만 해오름 탐방로는 영일만 북파랑길(송라 지경~송도)과 호미반도해안둘레길(청림~호미곶), 그리고 영일만 남파랑길(호미곶~장기 두원) 등 3개 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 조성 구간인 영일만 남파랑길이 2024년 개통되면 112km의 전체구간이 모두 연결된다. 남구 청림동에서 호미곶에 이르는 24.4km의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호랑이 꼬리의 기운을 받으며 영일만을 보고 걷도록 구성되어있으며 수려한 경관으로 인해 2020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천한 ‘코로나 시대 여유롭고 안전한 언택트 관광지 100선’ 및 ‘경북 언택트 여행 23선’에 선정돼 포항을 대표하는 해안둘레길로 자리잡았다.특히, 매년 가을 열리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걷기축제는 5000명이상 참여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갖고 있으며 대한민국 대표 걷기 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송라 지경리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연결되는 39.2km의 영일만 북파랑길은 탁트인 동해바다 조망이 일품이다. 최근 방영된 인기드라마“갯마을 차차차”에서 멋진 풍광이 소개되며 여행자들이 몰려들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주변에 사방기념공원, 이가리 닻 전망대, 곤륜산 등 인생샷“핫 플레이스”들이 몰려있어 주말이면 해안도로가 정체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포항시 조사에 따르면 영일만 해오름탐방로의 최근 3년간 연평균 방문자 수는 128만여명으로 제주 올레의 최근 3년간 연평균 방문자 수 48만여명을 상회하고 있다.영일만 해오름 탐방로 주변 신규건축허가 건수 365건 가운데 펜션 등 숙박시설이 67%, 카페, 음식점이 27% 등으로 나타났다.해안둘레길 조성 이후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어촌 마을을 중심으로 숙박, 소매시설 등 여행관련 서비스 시설들이 생겨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도시화 진행에 따라 한적하던 어촌마을은 해안둘레길 조성 이후 여행자들이 모여들며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스쳐지나 가던 바다가 해안둘레길을 통해 이제 여행자의 발걸음이 머무는 매력적인 여행 명소로 변화되고 있다.
◆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쾌적하고 편안한 도시최근 송도 솔밭, 양학생활체육공원, 영일대해수욕장 등 포항의 숲과 해변을 걷다보면 조금은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다.맨발걷기는 지압(Reflexology)과 접지(Earthing) 효과를 통해 심혈관계 기능 개선 및 위장장애 해소, 불면증 해소 및 면역력 증가 등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10년 미국의 전기공학자 클린트 오버와 심장의학자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에 의해 인체와 땅의 접지를 통한 심혈관계 질환 치유 및 개선 사례가 소개된 후 지속적으로 관심이 높아져왔다.시간과 장소, 복장과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간편 생활운동으로 맨발걷기는 코로나 19 이후 야외활동을 선호분위기와 맞물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포항시는 맨발걷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도심 생활권 주변에 위치한 주요 도시숲, 수변공간을 대상으로 맨발걷기 가능한 산책로 조성에 나서 2020년부터 현재까지 20개소의“맨발路”를 조성했다.포항만의 특색 있는 맨발걷기 길을 만들기 위해 마사포장, 황토포장 맨발路에 이어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점토 광물인 제오라이트, 벤토나이트 등을 활용한 기능성 맨발路도 조성할 계획이다.포항의 우수한 맨발걷기 인프라가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 대구, 울산 등 전국에서 맨발걷기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포항을 찾고 있다. 이를 통해 포항의 대외적 도시이미지도 기존의 삭막한 산업도시에서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걷기 좋은 도시로 대외에 알려지고 있다.포항시는 도시숲과 수변공간을 활용한 맨발路 조성을 통해 쾌적하고 편안한 도시이미지를 구축하고 걷는 문화 확산으로 팬더믹 이후 시민들의 일상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산업화시대 개발과 성장을 목표로 쉼 없이 달려온 도시 포항, 포항은 그린웨이 프로젝트 추진 후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관심을 가지며 지난 몇 년간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쾌적한 녹색도시로 변신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추진해 왔고 이제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포항의 도심을 그물처럼 숲길과 물길이 가로지르고 그 길을 따라 사람과 자전거가 쉴 새 없이 지나가며 해안둘레길에는 바다를 즐기는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자동차보다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도시, 그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