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전문 식당 간판이 인상 깊다. 하지만 이 간판을 대할 때마다 의문점이 인다. 왜? 한우고기는 한결같이 암컷만 선호할까. 소 뿐 만이 아니다. 돼지고기의 경우도 그렇다. 수컷 고기가 암컷 고기만큼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인가. 혹은 동물 특유의 웅취 때문에 수컷 고기를 꺼려온 게 암컷고기만 찾게 된 것일까? 궁금증이 인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우육, 돈육에서 웅취(雄臭)를 맡은 지도 꽤 오래인 듯하다. 웅취는 동물의 지방 조직 중에 대장에서 섬유질 사료가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면서 발생하는 스케틀(skatole)과 정소에서 생산되는 호르몬 안드로겐(Androgen)이 지방에 축적 된 것을 말한다. 고기를 가열시 이들 물질이 휘발되면서 나는 냄새가 웅취 아니던가.  하지만 소, 돼지의 경우 거세를 하면 근육 속에 지방이 침착되어 육질이 좋아진다. 유전적 나쁜 형질 배제로 우량 형질 개량에도 한 몫 하는 이점이 있다. 이런 연유로 거세한 소, 돼지고기가 태반이어서 웅취를 요즘엔 좀체 맡을 수 없게 됐다.  소, 돼지의 경우 거세를 안 한 고기에선 웅취가 심하다. 이 냄새엔 유독 여성이 민감하다고 한다. 필자 같은 경우는 입맛이 특이한가보다. 그래서인지 돼지고기의 경우 거세 안한 수퇘지 고기가 더 맛있다. 우리나라에서 소, 돼지를 거세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30 여 년 가까이 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동물의 심볼이 거세된 내시고기(?)를 먹어온 셈이다. 무엇보다 동물 복지 차원에서 소, 돼지의 거세는 수컷동물에 대한 심한 학대라면 지나칠까.  돼지의 정액은 1회 사정 시 약 500ML이다. 이 정액 속엔 대략 1,000 억 이상의 정자 수가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돼지는 거세 시 1개월 이상 성장이 지연된다. 소는 거세 스트레스로 6개월 정도 성장이 멈춘다는 축산학 학문도 있다.  입맛이 별난 것은 필자뿐만이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 일부 지역과 친환경 농축산물을 취급하는 어느 곳에선 거세 안한 소, 돼지고기를 지키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이 고기를 지키는 사람들 전언에 의하면 거세 안한 고기의 웅취가 맛의 풍미를 한껏 돋우어 이것만 찾는 이들이 많단다. 필자처럼 거세 안한 순수 자연 그대로의 육질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왠지 안심이다.  요즘 거세가 당연시 되는 것은 일방적인 고기 등급제도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과거 수십 년 전과 달리 축산 과학이 발달하면서 소, 돼지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 성性 성숙이 완성되지 않은 고기 맛이 입맛을 사로잡고 있어서다. 이 탓에 축산 농가에선 거세 안 한 고기는 축산 물 등급 판정에서 낮은 급을 받으므로 불이익을 당한다고 한다. 이로보아 사육 농가 입장에선 거세가 불가피 할 듯하다.  그럼에도 시내 곳곳에 동물 내장 및 생식기 등 부속품을 구워 파는 구이 집이 암암리에 성업 중이다. 오늘처럼 녹우(綠雨)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정겨운 사람과 이곳에 가서 연탄불에 부속품을 구워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필자처럼 많은 사람이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도 실은 고기가 풍기는 웅취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닐까?  거세한 우육 및 돈육이 과학 축산에 의한 제도인지는 몰라도 이참에 한번쯤 소비자들의 선택도 고려해 봐야 한다. 한편 거세 당한 한우나 돼지는 사육 기간이 길어서 그만큼 비경제적 아닌가. 사료도 낭비된다.  우리나라 소, 돼지의 약 90%가 거세당하고 있는 실정으로 알고 있다. 이 때 소요되는 인건비며 약품비도 만만찮을 것이다. 이렇듯 육질의 맛에 그 기준을 두어 소비자 입맛을 맞추느라 소, 돼지 자연 성장을 거세를 통하여 지연 시키고 있으니 엄연히 동물 학대가 아니고 무엇이랴.  생명이 있는 것은 하다 못하여 잡초 한 포기라도 소중한 것이다. 언젠가 헌 물건을 거래하는 중고 거래 어플엔 이색적인 내용이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느 남성이 자신의 집 벽에 붙은 벌레를 잡아주는 사람에겐 단돈 오천 원을 지불하겠다는 문구가 올라온 게 그것이다. 올린 이가 겁쟁이라서 벌레 잡을 인부를 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미뤄 짐작해본다. 모르긴 몰라도 생명을 존중하다보니 자신의 손으론 차마 몇 날 며칠 동거한 벌레를 잡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인간 사회가 약육강식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만물의 영장으로서 어찌 거세 시 동물이 겪는 고통을 외면할 수 있으랴. 내시 고기(?)가 아닌 가급적 거세 안 당한 소, 돼지고기를 먹었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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