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9일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다. 내홍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당내 주도권 싸움만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준석 당 대표가 경북 포항의 영일만 대교 현장을 왜 방문했을까?
  여당인 국힘은 지금 이준석 대표와 친 윤석열계 사이의 신경전은 나날이 거칠어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 속에서 당권 주자들은 몸풀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29일 오후 포항 영일만 대교(동해안대교) 현장부지를 방문했다. 이 대표의 포항방문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 포항이 지역구인 김정재 의원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등의 뒷말이 무성하다. 국힘 경북도당위원장인 김 의원은 최근 "이 대표가 혁신위원 5명을 지명한 것을 두고 이 대표의 혁신위라고 보면 된다"고 말해 이 대표와 충돌을 빚었었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기간 '대표 패싱' 논란을 둘러싼 갈등 속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의 부산 사상구 지역구 사무실을 '기습 방문'했던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오전 제2연평해전 승전 기념식 참석 후 취재진과 만나 "원자력 관련 방문 일정"이라고 강조한 뒤 "당내 상황과 비춰봤을 때 여러 해석을 덧붙이는 게 과연 당에 도움이 될까 생각이 든다"며 일각의 '무력시위' 해석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김정재 의원이 솔직히 말하면 저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위사실에 기반한 당 대표에 대한 공격은 어차피 포항시민들에게도 지지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본다"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 대표는 이어 전날 익명의 '여권 관계자' 발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면담을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두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실과 당 간의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 이런 익명 인터뷰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보도가 윤리위 징계를 앞두고 '윤심'과 가까워지려는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 거리두기를 원하는 친윤계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친윤계와 스킨십이 활발한 안철수 의원과도 불편한 관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전날 안철수 의원이 '이 대표의 공격이 이해가 안 된다. 2016년 총선 때 승리가 상처가 됐을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데 대해선 "안 대표가 2016년에 사시나 보다. 그런 거 평생 즐기십시오"라고 비꼬았다. 이런 와중에 '수도권 당협 회합'에 간 중진들의 소식은 당 안팎에서 예민한 반응을 불렀다. 전날 저녁 서울 한 호텔에서 국민의힘 서울·수도권 지역 전체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참여하는 ‘이오회’모임에 김기현·안철수·윤상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등 잠재적 당권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중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 중진들이 대거 출동은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 심의에 임박해 벌써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몸풀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낳았다. 이 대표의 당권 유지는 다음 달 윤리위에서 결판난다. 이 대표의 영일만 방문을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