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문화재청이 ‘국가민속문화재 제301호’로 ‘영덕 괴시마을’을 지정했다.
 
‘괴시마을’은 고려 말 대학자 목은 이색이 성장했던 마을로 영덕군에 남아있는 380기 한옥 고택 중 56기를 보유한 전통 한옥마을이다. 괴시마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잘 보존된 한옥 고택만이 아니다. 괴시마을의 진정한 문화유산은 고택을 일평생 지키고 가꾸며 고택과 닮아가는 연로한 어르신들이다.
 
그들이야말로 유서 깊은 한옥마을을 버티어온 단단한 축이며 역사고, 진정한 의미의 가치유산이다.
 
이런 점에서 출발한 지역기반통합프로그램이, (재)영덕문화관광재단에서 진행 중인 ‘괴시리 전통 마을의 할배 할매 이야기’이다. 고령화로 점점 폐쇄되어가는 어르신들의 마음 열기부터 마을 문턱 낮추기, 어르신들의 관습과 문화, 숨어있는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프로젝트가 지난 6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7월 초 상견례를 겸해 첫 번째 마을 밥상 행사가 열렸다. 마을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천전택 뜰에 큰 솥을 걸고 고령의 어르신 50여 분께 여름 보양식 백숙을 대접하면서 마을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리고 함께 즐긴 시간이었다. 7월 중순부터 손과 손을 맞잡는 ‘마음풀기’ 6주 프로그램이 시작돼 첫 전문 강사가 어르신들의 거친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 경락 마사지를 하는 시간을 가졌고, 어르신들은 “일생 처음 누리는 호강”이라며 밝은 웃음을 터뜨렸다.지난달 22일부터 2박 3일간 일가족이 고택에 머물며 체험하는 ‘할매하고 이틀 밤’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영덕 안팎에서 신청한, 아동 청소년 포함 5팀 가족이 5곳의 고택에 체류하면서 어르신과 식구가 돼 함께 밥 해먹고 대청마루 닦기, 마당 청소 등 고택 생활을 체험했다. 또, 참여 가족들이 음식을 마련해 어르신에게 대접했고 판소리와 바이올린이 어울린 이색놀이마당도 펼쳐졌다. ‘할매하고 이틀 밤’은 참여 가족이 직접 찍은 사진과 그림일기로 기록되고 추억으로 저장됐다. 고령 어르신들의 맥을 짚어보며 생활 속에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밀착 수업도 열렸다. 9월엔 고령 어르신들의 가난했던 삶과 못다 한 이야기, 간직해온 나만의 보물을 자랑하고 기록하는 ‘할배 할매 말 좀 해 보소’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10월, 고택에서 펼쳐지는 ‘내 마음의 보물 전’(성과보고회)으로 프로젝트는 마무리 된다. 
 
진행 과정을 함께 한 김인 괴시마을 이장은 “영덕문화관광재단의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마을에 더 활력이 생겼다"면서 "연로한 어르신들도 즐거워하고 마을 주민이 중심이 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라 꼭 필요한 사업으로 마무리까지 잘 되어서 마을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라며 기대와 바람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괴시마을의 버팀목인 어르신들의 삶 자체를 가치 유산으로 보고 마을의 자산으로 남긴다는 의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전국 문화원연합회 공모사업으로 추진되었으며 영덕문화관광재단 주관으로 모든 과정이 영상 기록물로 마을에 보존되며 올해부터 지역화, 사회화의 단계를 밟아 2024년까지 3년간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