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가을이 깊어졌다. 이 가을 근원적 자아를 찾아 나선 시인의 시집이 발간됐다. 시력 반세기에 가까운 중진 시인 이태수의 열아홉 번째 시집 ‘나를 찾아가다(문학세계사)’로, 신작시 75편을 담았다.   이번 시집에선, 적갈색 표지처럼 범속한 일상에서 놓여나 삶을 초월하는 ‘꿈’을 암시하며 시인의 근원적 자아 찾기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신산해질대로 신산해진 우리에게도 삶의 다양하고 따뜻한 울림에 귀 기울이게 한다.   시인은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줄곧 ‘초월’을 노래하며 ‘자연과 신(神) 사이 인간의 불편한 진실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래해온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태수 시인의 시에서는 자연이 중요한 시적 에너지 원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자연의 원천수를 자신의 시에 끊임없이 길어 올리며 녹색 갈증을 해소하려고 시도해 왔다.   ‘솔바람 소리로 마음 단정하게 빗고/ 맑게 흘러가는 물에 발을 담근다/ 이럴 때는 내가 나를 부른다/ 소나무가 허리 굽혀 들여다보고/ 그 위의 구름 몇몇도 내려다본다// 하략. -시 ‘나를 부르다’ 일부.   이번 시집은 모두 4부로 나눠 묶었다. 1부에는 ‘그가 나를 부르지만’, ‘덧없이’, ‘머나먼 꿈길’, ‘자책’ 등을 2부에는 ‘산중에 깃들다’, ‘마지막 날이듯’, ‘가을밤’ 등을 3부에는 ‘바이올렛꽃-또는 배우 강수연’, ‘때죽나무 아래서’, ‘등나무 그늘’ 등을 4부에는 ‘윤슬’, ‘빗방울 전주곡’, ‘봄비’ 등으로 엮으며 흔들리는 삶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응축된 서정시의 특성을 다채롭게 구현했다.   이번 시집을 열면서 시인은 “마음을 낮게 낮게 가져가려 하면서도 침묵으로 되돌아가는 말들을 애써 붙들어 앉히려 했는지도 모른다. 마음은 여전히 정처가 없다”라고 고백했다.    이처럼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서정시의 본성을 충실하게 발효시켜 존재 성찰이라는 자신의 시세계에 버무려 천연의 색채로 펼쳐 놓았다. 또 삶과 존재 문제에 대해 깊고 그윽한 사유와 관조적 인식으로 성찰해 서정시의 정념을 뛰어넘어 생철학의 영역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실존과 현실, 초월을 기본명제로, 철학적 사유를 부드러운 서정적 언어로 감싸는 그의 이번 시집은 삶과 존재 문제에 대해 통각하면서 한결 깊고 원숙하게 성찰한다. 자연의 생명력은 그의 시에서 융화와 내밀한 상응으로 변주되고 있다.   특히 ‘길’을 모티프로 한 고적한 방랑자 의식과 자기동일성 회복에의 간절한 염원,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존재의 비상 꿈꾸기 등 더욱 웅숭깊은 시 세계를 구축해 보이는 실존적 비망록으로 읽히게 한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진엽은 “이태수 시인은 세계와 길 위에 노정된 고단한 시간과도 부딪치면서 지속적으로 근원적인 자아를 찾아 나서는 꿈에 불을 지피고 있다”면서 “자연을 매개로 삶의 활력을 되찾으려 하며 삶과 죽음이라는 양극을 끌어안고 부활의 눈부신 지평에서 변증법적으로 융합하려는 시도를 감동적으로 펼쳐 보인다”고 해석했다.   1974년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태수 시인은 ‘따뜻한 적막’, ‘침묵의 결’, ‘내 마음의 풍란’ 등과 올해 초 발간한 ‘담박하게 정갈하게’까지 19권의 시집과 시선집 `먼 불빛`, 육필시집 ‘유등 연지’를 냈다.    대구시인협회 회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고 동서문학상(1996), 한국가톨릭문학상(2000), 천상병시문학상(2005), 상화시인상(2020), 한국시인협회상(2021)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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