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도중 터진 `비속어 발언` 논란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윤 대통령이 22일(한국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주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되면서 한미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외교 참사 수준의 발언이라는 비판이 온종일 일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이날 밤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으로,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가리킨 언급이라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이 재정 공약 회의에서 1억 달러 기부를 약속했는데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의 거대 야당이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공여를 약속한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면이 서지 않는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밤사이 백번은 돌려 들었지만 거짓 해명"이라면서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며 청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바이든`이든, `날리면`이든 윤 대통령의 이번 언사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국가원수의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XX들`이라는 용어가 나오는 것을 직접 들은 다수 국민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기대한 품격과 거리가 너무 먼 언어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기간 사석에서 나에게 이XX 저XX 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폭로가 있었던 터라 더 그랬을 것이다.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몰랐다느니, 사적인 자리에서 지나가며 한 얘기라는 변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회견을 마치고 나오면서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참모진과 한 얘기가 어떻게 사적인 얘기일 수 있나. 공개된 장소이고 공무 수행 중에 나온 발언으로 봐야 한다. 특히 최근 정치 풍토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사적 영역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윤 대통령이 조속히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그나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대통령실 해명대로 `XX들`이 우리 국회, 거대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 해도 문제가 적지 않다. 싫든 좋든 민주당은 169석의 제1당이다. 국정의 파트너로 함께 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대통령의 제1야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야 협상은 물론, 행정부와 입법부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만약에 그 용어가 우리 국회를, 우리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한 이유일 것이다. 민주당은 온통 윤 대통령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들은 망신살이고, 아마 엄청난 굴욕감과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형수 욕설` 녹취록으로 선거 내내 시달렸고, 같은 당 최강욱 의원은 `XX이` 발언으로 징계까지 받은 바 있다. 남을 비판하려면 제 허물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이번 논란이 여야 정치인들에게 `언어의 품격`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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