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서 보유 쌀 재고가 늘어나고 있다. 전년도 보다 80% 이상 늘었다는 통계가 나온다. 작년에 생산된 쌀 중에서도 아직 10만t 규모가 시중에 남아 있다. 반면 쌀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다. 우리는 쌀을 신성시해 왔는데 천대받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지난 25일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쳐 2021년산을 포함한 쌀 45만t 추가 시장격리, 전략 작물 직불제 도입 등 쌀값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농민들은 이 대책으로는 안된다고 판단한다. 농민들은 정부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한 자동 시장 격리제 시행 의무화를 요구하고 나서 정부 여당이 비상이 걸렸다. 쌀 주요 생산지인 전국 8개 시·도지사가 지난 15일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설 만큼 농민들의 요구는 절박하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년전 93.6kg에서 지난해 56.9kg으로 21년 만에 약 40% 가까이 줄었다. 이는 삼시 세끼 주식이던 쌀 소비가 아침 식사에서 빵과 과일, 우유로 바뀌면서 쌀소비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올해는 더 줄어 50kg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올해 두 차례 큰 태풍에도 쌀 작황이 좋아 지난해와 생산량이 비슷할 것으로 예상 된다는 점이다. 재고 쌀이 잔뜩 쌓인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햅쌀까지 나오면서 쌀값 하락세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풍년이 오히려 불행이 된 셈이다. 농민들은 망연자실이다. 생산 비용은 대폭 늘어났는데 쌀값은 폭락하니 1년을 공들인 농사가 수포로 돌아가 한숨짓고 있다.  경주시에서 벼 농사를 짓는 힌 농민은 "면세유와 비료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농약, 농자재값이 엄청나게 올랐으나 쌀값은 떨어지니 농사를 지어봤자 인건비는 고사하고 생산원가도 건질 수 없어 손해가 막심하다"고 울상이다. 국내 쌀 가격은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로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농민들은 다 자란 논의 벼를 갈아엎으며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농민 단체 회원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 등을 외치며 쌀값 폭락 대책을 촉구했다.  쌀농사 풍년에도 농민들이 슬퍼하는 것은 쌀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원인이 있다. 다른 물가는 자고 나면 치솟는데 유독 쌀값만 폭락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현재 산지 쌀값은 80㎏ 1가마니에 16만2900원을 기록해 지난해 10월5일 22만7212원보다 28.3% 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역대 최대폭 급락 수준이다. 글로벌 곡물값 폭등 속에서도 우리나라 쌀값만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쌀 소비는 늘지 않는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작황이 좋아 시장에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쌀을 천대받지 않고 신성시해야 한다. 쌀값 폭락은 농촌경제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정부 대책이 미봉책이 되어 서는 안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이 여의치 않으면 적자 부분에 대한 보상책이 필요하다. `쌀 수급 문제만큼은 시장이 아닌, 정부가 지속적으로 적극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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