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이 10일 전했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거부하고 핵 대응 태세를 백방으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이번 실전훈련들을 통해 임의의 전술핵 운용부대들에도 전쟁 억제와 전쟁주도권쟁취의 막중한 군사적 임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확고히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전쟁주도권 쟁취란 공격적 핵 사용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적의 핵 공격이 없어도 공격당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또는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핵무기 사용 조건 법제화를 단행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바로 그 연장선에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은 지난 9일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총 4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1발 쏘는 데 드는 비용이 대략 250억 원,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은 125억 원,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은 38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어림잡아 최소 5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에 달하는 돈을 허공에 쏘아 날려버린 셈이다.  북핵 문제는 군사적 충돌 없이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대화 상대가 있을 때의 얘기다. 김정은은 `대화 불용론`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스스로 그 여지를 없애고 있다. 물론,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의 국제 정세는 그리 한가하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핵무기 사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급박하다.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면 중국 내에서 대만 병합 목소리가 더욱 고조될 것이다.  당장 내일 대만 해협에서 전쟁이 발발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강도 높은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만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전선이 다방면으로 펼쳐진다면 아무리 미국이라도 감당하기 어렵다.  북한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자신들의 공세적 도발에 신경 쓰기 버거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또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켜 우호국인 러시아를 도와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북·중·러의 협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신냉전 시대에 북한의 도발은 비무장지대나 서해 NLL, 7차 핵실험 등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보 문제는 냉혹한 국제 현실 인식에 기반을 두고 철저히 국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상황의 심각성이 이러한데도 한미일 연합훈련을 두고 `극단적 친일`이니 반미니 하면서 정쟁 소재로나 삼고 있는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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