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20일 개발도상국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는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런 내용의 `샤름 엘 셰이크 실행 계획`을 채택한 뒤 폐막했다.  지난 6일 개막한 올해 총회는 당초 지난 18일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개도국에 대한 피해 보상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회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진통을 거듭한 끝에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소위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 문제가 총회 공식 의제로 채택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기후변화는 선진국이 유발했는데 그 피해는 후진국이 떠안는 기형적 상황이 이제야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후 불평등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선진국들이 기후 변화의 책임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큰 틀의 합의가 나온 만큼 후속 협상을 통해 합의의 완성도를 높이고 거기서 나온 결론을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전 세계 탄소배출의 0.4%를 차지하는 파키스탄은 지난여름 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를 겪었고 카리브해와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지도상에서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촌이 겪는 이런 기후 재앙의 귀책 사유는 대부분 선진국에 있다.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간 화석연료를 이용해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들이 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시혜가 아니라 당연한 의무이다. 그런데 현재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은 중국이고 3위는 인도이다. 미국, 유럽 등 주로 과거에 탄소를 배출한 나라와 중국, 인도 등 산업화 후발 국가 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총회의 역사적 합의에도 앞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부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갈등이 첨예화할 공산이 크다.  최대 쟁점은 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피해를 보상할지이다. 선진국들은 중국 등의 참여 없이 무한 책임을 떠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건설적 노력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도 긍정적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운명이 달린 문제이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들부터 책임감을 갖고 후속 합의에 나서주길 촉구한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1위인데다 탄소 감축 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세계 환경단체들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향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설명하는 동시에 책임에 상응하는 의무도 기꺼이 이행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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