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교동의 수백년 수령의 비보림이 소유주인 영남학원재단 측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훼손 위기에 처해 있다. 3년여 전부터 교동 내 비보림에 임차인의 불법건축물이 무질서하게 들어서고 나무들을 베고 있어 실질적인 숲 보존을 위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주시 교동은 경주시가 조성한 한옥마을로 마을 내에는 중요민속문화재와 중요무형문화재 등이 있다. 특히 최부자댁 정원은 한국 전통정원으로 발굴돼, 민가정원의 문화재 지정·연구 등에 활용될 예정으로 일체의 주거시설 및 가건물을 지을 수 없는 구역이다.    불법건축물은 더욱 불가한 구역이어서 이런 건축물들의 난립이 문제가 되고 있다.   30일 내물왕릉과 경주향교, 계림숲과 연이어 있는 이곳을 찾았다. 숲속의 수목 관리는 사실상 전혀 되지 않고 방치된 것은 물론, 난잡한 가건물과 천막, 어지럽게 뒹구는 가재도구들이 뒤엉켜 노출돼 있어 이 숲을 찾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몇 그루 남지 않은 고목들 사이로 유실수와 감나무 농원이 얼기설기 관리 상태가 엉망인 채로 난잡하게 주거시설과 함께 혼재돼 있었다. 주민들은 최근 가건축물이 몇 채 더 늘어났다고 했다.   3년 전부터 훼손과 가건물 증설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지켜보다 못한 최부자측은 영남대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기했는데 ‘농막 정도는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최근 영남학원재단에서도 이 숲을 찾았는데 그들도 숲 훼손이 심각하다는 것에는 공감했다고 한다.   최부자측은 비보림의 가속화되는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영남대에 적합한 임차료를 내고 수백 년 나무들을 보존하고 후계목을 심어 숲을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수차례 전해왔다. 하지만 영남대 측은 ‘최부자가 영남대에 기부한 재산을 그 후손들에게 다시 임대할 수 없다’며 계속 거절해왔다고 한다.   최부자측은 “시정되지 않으면 영남대학교 이미지에 걸맞지 않은 현 상황에 대해 재단 측에 알리고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또 범시민운동을 통해 공론화 할 예정이고 우선, 경주시가 불법 건축물에 대한 조치부터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경주시민은 “경주 교촌 마을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상품이다. 교촌에는 새로 지은 한옥과 변형된 집들의 사례가 있지만 비보림은 훼손되긴 했으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교동의 정체성을 품고 있는 숲”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영남학원의 사유재산이 된 신세지만 경주시의 공공재로 경주 근대의 스토리와 역사성을 지닌 숲인데 합당하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교동 비보림은 1800년경 숲이 조성돼 최부잣집 후원(後園)으로도 불렀는데 지금은 옛 모습을 잃고 수 백년 수령의 고목이 열 그루쯤 남아있어 교동 이력의 산증인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대포 생산을 위해 일본이 계림의 고목을 징발하겠다고 하자 최부잣집은 이를 막으려고 비보림의 나무들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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