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표면의 70퍼센트가 바다인데다, 30퍼센트에 불과한 육상에도 거대한 담수호가 흔할 뿐만 아니라 알프스나 히말라야 등의 고산지대 그리고 남극과 북극 등지에 고체 상태로 저장되어 있는 물까지 감안하면,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을 물 행성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그처럼 지표면에서 가장 흔한 물질이 바로 수소(水素) 원자와 산소(酸素) 원자의 화합물인 물(H2O)이라는 얘기인데, 우리 인류는 그간 석탄이나 석유 등의 화석연료만을 주로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오다가, 드디어 자원 고갈은 물론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되는 탄산가스(Co2)의 온실효과로 현재 심각한 환경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만한 사실이 아닌가?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흔한 물질인 수소(H),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도 무진장 흔하며 가장 청정한 에너지원인 수소를 놔두고 우리는 왜 그간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화석연료에 의존한 문명을 일궈 왔을까?  거대한 물바다 태평양 위를 표류하는 난파선의 조난자가 단 한 방울의 마실 물(淡水)을 구하지 못해 극심한 갈증에 시달리는 것처럼, 우리는 무진장의 수소가 곁에 있지만 다만 산소와 분리된 순수한 수소를 얻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소를 얻는 방법은 첫번째, 천연가스를 화학적으로 개질(改質)하여 얻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역시 Co2가 발생하기 때문에 청정에너지로 보기는 어렵고, 비슷한 방법을 쓰지만 좀 더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개선된 방식으로 생산하는 수소를 `블루 수소`라고 하는데, 그 역시 어차피 청정에너지라 할 수도 없는데다 한정된 화석연료를 재료로 쓰기 때문에 부존 량이 한계를 가지기는 마찬가지이다.  두번째, 부존 량의 제한도 받지 않으면서 매우 간단한 공정으로 그 흔하디흔한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방식인데, 이 경우에는 어떠한 오염물질도 배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수소 외에 우리가 숨을 쉬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산소까지 덤으로 생성된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꿈의 에너지라 아니 할 수 없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화석연료로 발전되는 전력으로 생산하는 수소는 그 과정상 청정에너지가 될 수 없고 단,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 수력 등으로 발전되는 전기만으로 생산하는 수소를 비로소 우리는 `그린 수소`라 분류하게 되는 것이다.  석유자원이 전혀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특히 국제협약인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수소경제의 실현이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어, 그간 정부에서나 국내 대기업 등에서 수소 에너지 실용화사업에 심혈을 기우려 왔던 것도 사실인데, 근래에 들어 갑자기 주춤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니까 아무리 그린수소를 양산할 수 있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바로 수소 저장과 운반, 배급 등에 관한 기술과 사회적 인프라 인데, 수소는 원소 중에 가장 가벼운 기체라는 특성상 여차하면 소리 없이 대기(大氣) 속으로 유출되어버리기가 쉬운데다 기체 상태로는 그 부피가 너무나 거창하여 수송과 보관의 어려움이 커진다.  따라서 수소를 액화시킨다면, 그 부피를 무려 800분의 1로 줄일 수는 있지만, 문제는 수소를 액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온도가 절대 0도인 섭씨 마이너스 253도에 달하고, 초 극저온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어야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아이보다 배꼽이 커진다는 말처럼, 수소 생산 비용보다 유통 비용이 더 커질 수가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말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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