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한우협회와 축산인 단체가 경주축산업협동조합(이하 경주축협)이 시행 중인 위탁우 사업의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위탁우 사업을 시작으로 축산 농가 계열화가 가속화되면, 종래에는 육계·오리 분야처럼 축산 농업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사)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도지회·경주시지부와 축산인들은 7일 오후 2시 경주시 원화로에 있는 경주축산농협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들의 소득증대와 생업을 지원해야하는 경주축협이 한우 위탁사업을 추진하면서 농민들을 소작농으로 만들고,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합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농민에게 직접적인 금융·경영·지도·예탁 지원을 통해 농민 스스로 사육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하는데, 대기업의 형태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농심을 배반하는 위탁사업은 대기업의 한우 산업진출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농업의 규모화 자본확충의 미명 하에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로 육계, 오리는 90%, 한돈, 양계는 30% 이상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시기에 이르게 됐고 대한민국 축산의 마지막 보루인 한우마저 위험에 이르게 됐다"고 강조했다.논란이 되고 있는 위탁우 사업 `경주 천년한우 고급육생산기반 조성사업`은 경주축협이 올해 처음으로 시행하는 송아지 입식지원사업으로 출하선급금 지원사업과 예탁사업으로 운영된다.2년 간 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2500마리를 위탁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위탁 농가에 대해서 최초 송아지 구매 비용 등을 지원하고 예탁 수수료로 매월 마리 당 3만원 지급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경주축협에 따르면 경주시는 전국에서 한우 생산량 3위로 연간 7만 마리를 생산하지만, 대부분이 번식우다.경주축협의 천년한우 브랜드는 거세우로 한정돼 있는데, 경주에서 연간 도축되는 거세우 6000마리 가운데 천년한우 브랜드 생산량은 2500마리에 불과하다.이 때문에 경주축협은 천년한우 브랜드 제고를 위해 케파(CAPA, 생산능력) 상승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이번 위탁우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그러나 경주 한우협회는 이같은 위탁우 사업이 대기업의 축산업계 잠식을 가속화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지난 2010년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법 제27조가 폐지되면서 현재는 육계·오리 분야에선 전체 시장 90% 이상이 대기업을 통해 계열화됐기 때문이다.이영철 한우협회 경주시지부장은 "위탁우 사업을 통해 연간 2500마리 수준으로 생산되던 천년한우 거세우가 5000마리로 늘어나게 된다면 소값 하락과 함께 축산 농가 생태계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 축산 농가를 소작농으로 전락시키는 경주축협의 위탁사업을 강력히 규탄하고 위탁사업 즉시 중지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해 육계농장을 운영 중인 김 모(34)씨는 "육계 산업은 축산계열화사업자와의 계약사육을 시작으로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바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축협이 위탁우 사업 규모를 늘려나가 대형 패커(생산·도축·가공·판매 일관체계)로 성장해 한우 시장에서의 독과점적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이에 대해 경주축협 관계자는 "천년한우 브랜드를 발전시키기 위해 해외 수출 등 판로를 확장시키려 해도 생산량이 부족해 번번이 무산된 바 있어 생산량을 늘리고자 사업을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면서 "2022년부터 2년 간 사업을 추진하기로 농가와 계약을 맺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중단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합의점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