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기능을 다하고 수명을 상실한 3088개 스피커가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으로 재현돼 거대한 작품으로 탄생됐다.   경주미술협회 회원인 한원석 작가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 구현된 이 설치작품은 서울 금호알베르(성동구 금호로3길 14)에서 ‘현영(現影)-BLACK Silhouette’전으로 17일부터 31일까지 만날 수 있다.   금호알베르가 연말 유망 대표작가 초대전시로 기획한 이번 전시 오프닝은 17일 오후 2시다.   전시명 ‘현영’은 ‘맑은 소리가 깊고 은은하게 퍼진다’는 뜻으로 성덕대왕신종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을 검은 실루엣에 비유한 것이다.설치미술가이자 건축가인 한원석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평면 위 회화와는 또 다른 양상의 매력을 선사한다. 검은 종을 둘러싼 버려진 3088개의 스피커는 15년간의 켜켜이 쌓인 먼지를 극복하고 6176번의 납땜을 거쳐 또다른 거대한 스피커로 새롭게 태어났다.   작가 한원석은 이번 전시에서 인간 심성에 내재하는 ‘빛과 그림자’를 주제로 선택했다. 그래서 본래의 모습 그대로의 색을 가진 ‘현영-검은 종’을 선택했다.    거대한 스피커 역할을 하는 종의 안쪽에는 서로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힘(전력)을 전달하는 80개의 앰프가 설치돼 있다. 각각의 앰프들은 서로 다른 음원을 재생하며, 이를 하나의 채널믹서가 컨트롤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오디오 안으로, 관객은 스피커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다. 쌍방향의 소통 속에서 공간은 스피커가 되고 작가가 부른 ‘위로와 위안의 노래’는 축복으로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 높이 3.7m 폭 2.3m의 규모의 거대한 ‘황금빛 종’이 빛을 거두고 장엄한 감동과 은은한 깨달음을 전달한다.    블랙 실루엣 안에는 현명한 검은 색이 녹아내리고 칠흙 같은 ‘玄(검을 현)’이 빛을 얻어 ‘炫(밝은 현)’이 되는 순간, 동음이의를 가진 블랙의 에너지는 희망과 축복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에 붙여 ‘마음을 비워냈을 때 보이는 것들을 ’無心‘이라고 표현하며 이것이 곧 블랙 실루엣(BLACK Silhouette)이며 내려놓고 본질로 들어가는 것이라 말한다.    “이 설치작품은 고유의 기능을 상실한 채 버려진 가치에 재생의 삶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의 ‘데페이즈망’을 연상시킨다”고 하면서 작가는 시·공간의 낯선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생의 변주를 끌어내고 있다고 했다. 한원석 작가는 건축가이자 설치미술가로 2003년 아트사이드 갤러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8회 개인전을 가졌다. 2014년 창원조각비엔날레 등 12회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1374개의 버려진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모아 창조한 첨성대 작품 ‘환생’(2006년작) 등 한국의 문화적 뿌리를 상징하는 작품도 다수 선보여왔다. 현재 경주미술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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