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전국에서 한우 사육농이 상위권이다. 축산농가들이 경주 축산협동조합이 시행 중인 위탁우 사업의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축협은 난감한 표정이다. 양측이 팽팽한 대립이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축협은 천년한우 브랜드를 발전시키고 수출 등 판로를 확장 시키려 해도 생산량이 부족해 번번이 무산된 바 있어 생산량을 늘리고자 사업을 시행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2022년부터 2년간 사업을 추진하기로 농가와 계약을 맺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중단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난색을 표명했다. 한우협회 입장은 다르다. 위탁 우 사업을 시작으로 축산농가 계열화 가속화를 우려하고 결사반대하고 있다. 위탁 우가 정착될 경우 종래에는 육계·오리 분야처럼 축산 농업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전국한우협회 대구 경북도지회·경주시지부와 축산인들은 "축산농민들의 생업에 막중한 임무가 있는 경주축협이 한우 위탁사업을 추진하면서 농민들을 소작농으로 만들고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우 농민들은 축산농민을 위한 축협이 아니라 축협을 위한 조합으로 별질 돼 가고 있다고 흥분했다. 축협은 축산농가의 주장대로 농민에게 직접적인 금융·경영·지도·예탁 지원을 통해 농민 스스로 사육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대기업의 형태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농심을 배반하는 위탁사업은 대기업의 한우 산업진출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위험요소가 없는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 들어 농업의 규모화 자본확충의 미명하에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로 육계, 오리는 90%, 한돈, 양계는 30% 이상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시기에 이르게 됐다. 한우는 대한민국 축산의 마지막 보루이다. 어떠한 경우도 한우농은 보호돼야 한다. 경주는 한때 전국에서 한우 생산량이 1위를 자랑했으나 현재 3위를 유지하면서 연간 7만 마리를 생산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번식 우다. 경주축협의 천년한우 브랜드는 거세우로 한정돼 있다. 경주에서 연간 도축되는 거세우 6000마리 가운데 천년한우 브랜드 생산량은 2500마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경주축협은 천년한우 브랜드 제고를 위해 케파(CAPA, 생산능력) 상승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이번 위탁 우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위탁 우 사업인 `경주 천년한우 고급육 생산기반 조성사업`은 경주축협이 올해 첫 사업이다. 송아지 입식 지원사업으로 2년간 사업비 100억 원을 들여 2500마리를 위탁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위탁 농가에 대해서 최초 송아지 구매 비용 등을 지원하고 예탁 수수료로 매월 마리 당 3만 원 지급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 됐다. 문제는 경주 한우협회는 이 같은 위탁 우 사업이 대기업의 축산업계 잠식을 가속화 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법 제27조가 폐지되면서 현재는 육계·오리 분야에선 전체 시장 90% 이상이 대기업을 통해 계열화됐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축협이 위탁 우 사업 규모를 늘려 한우 시장에서의 독과점적 위치를 점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당장 사업을 중단하라는 축산인들의 요구를 잠재우려면 합의점을 찾은 이후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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