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5년 전에 경주중고 동기생 계모임에서 희수(喜壽)를 맞은 기념으로 몇 가족이 중국의 중경시와 귀주성에 있는 풍광구를 관광하게 되었다. 중국여행은 걷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코스가 대부분이므로 각력이 쇠진되기 전에 가 보자고 하여 4박 5일 일정으로 떠나게 된 것이다.  초 고령화시대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중학동기생 300명, 고교 동기생240명 모두 540명 중에서 과반수는 이미 구원정토로 떠났고, 경향각지에 우거하거나 이민 간 동기를 제외하면 경주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기생은 50명 내외이다. 재향(在鄕) 동기생들이 50년 전부터 경우회(慶友會) 나목회(羅睦會) 정사회(正師會)라는 친목 모임을 결성하여 오늘에 이르기 까지 우정을 나누며 매월 정기 모임을 가져오고 있긴 하지만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는 것 같다.  중병으로 대 수술을 하였거나, 관절이 아파서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늘고 있어서, 장시간을 보행할 수 있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다. 더 불편한 내일이 오기 전에 건강이 이만할 때, 이국의 풍광을 관광해 보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일제 말기에 태어나서 어려운 시기에 학교를 다녔고, 6.25동란 경험, 월남전 참전, 국가재건 사업 및 중동건설 참여 등으로 뼈 빠지게 일했으며, 부모님 모시고 자식 뒷바라지 하면서 정신없이 살았기에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 사이 세월이 변해서 고생하셨던 부모님 떠나시고, 자식들은 직장 따라 타처로 나가 국내이산가족이 되어 외롭고·고프고·아픈 노령삼고(老齡三苦)를 감당해야 하니 인생사 어찌 허무하지 않으리.  빨래 줄에 걸린 누더기 같은 노인. 미세번지에 오염되고 미풍에도 힘없이 흔들리며, 소란한 세태에 귀 막고 입 다물며 살아야하는 팔질(八耋)의 신세가 되었다면 자학적 과언일까.  고 스톱 화투놀이에 광 판 것도 모르는 정신에, 안력은 희미하고, 두발은 불모의 나대지로 사막이 되었으니 우정은 따듯한 강상(綱常)이 아닐 수 없다.  세령 70이 넘으면 거처가 재가(在家)나 산중 모두 같다는 세간의 유어(流語)를 불편한 감정 빼고 아침 까치의 지저귐(鵲語)처럼 들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저런 정서적인 변화는 가슴을 메우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여, 무위자연은 노자 독점의 자연이 아니기에, 날아 보고 싶고, 폭포에 씻겨보고 싶은 욕구를 배제할 수 없어서 중경 행 여객기에 친구와 함께 즐겁게 탑승했던 것이다.  인구 3천4백여만 명의 세계 제1의 도시 중경(重慶)! 우리 선열(先烈)들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세워 독립운동을 했던 이곳 유서 깊은 고도에 와서 4박 5일의 일정을 보내며 늦었지만 선열의 위국충의를 숭모해보고 주변 도시의 명승 풍광구를 관광해본 것이다.  임시정부청사, 황과수폭포, 만봉림 풍광구, 홍애동 거리 등 명승지를 둘러보았다. 도시의 거대한 모습이며 아름답고 기이한 자연 풍경은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특히 흥의시에 있는 황과수폭포는 매일 6만 여 명이 찾는 곳으로 높은 절벽에서 신나게 떨어지는 폭포이다. 이것을 바라보니 세상의 근심 걱정이 한꺼번에 씻기는 기분이 들었다. 폭포 절벽을 쪼아 길을 만들어 그 좁은 석경을 통과하면서 낙차물줄기를 볼 수 있도록 만든 절벽 길이 가관이었다. 황과수폭포(黃果樹瀑布)를 `黃果瀑布`라 제(題)하여 시흥을 달래보았다.  "황과수폭포 길게 떨어지는데(黃果瀑布長下落), 물방울은 날아서 무지개를 즐기네(泡沫翔飛生虹樂). 푸르고 맑은 개울물 노래 멈추지 않는데(靑淸溪水不留唱), 산 가득한 녹엽은 빈 잔을 기우리네(滿山綠葉傾虛酌). 육만 여행객 걸음 멈추고 감탄하는데(六萬旅客停步歎), 서광은 구름 뚫고 아름다운 세상 만드네(瑞光穿雲佳世作). 친우 짝하여 이곳에서 같이 풍광을 바라보니(伴友此處同望景), 무거운 다리 심한 통증 꿈 따라 지나가네(重脚甚痛從夢却(중각심통종몽각)"  홍의시는 귀주성 서남부의 소수민족이 사는 인구 60만 명의 도시였다. 곧게 다듬어진 도로망과 반듯하게 건립된 고층건물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한 폭의 명화처럼 보였고, 시가지는 휴지조작 하나 보이지 않는 아주 청결한 도시였다. 청소하는 노녀들이 먼지를 쓸고 있을 정도로 깨끗하여 관광객으로 하여금 살아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하였다. 시정의 책임자가 아주 청렴하게 복무한 덕택이라 하니, 각종 선거는 무엇보다 능력과 청렴성을 기준으로 선출해야 할 것 같다.  황과수폭포의 비말(飛沫)에 비친 아름다운 무지개는 능력과 청렴성을 갖춘 따뜻한 강상이 우정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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