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아닌 말을 하는 것,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하는 말을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흔치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께 선택받은, 성경 속 거룩한 인물도 거짓말을 합니다. 이사악의 아들 야곱은 자신이 장자권을 가지려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눈이 안 보이는 노년의 이사악에게 자신이 사냥 나간 쌍둥이 형 에사우인 것처럼 꾸미고 자기가 에사우라고 거짓말을 하여 장자로서의 축복을 받아냅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한 야곱이 벌을 받지는 않습니다. 벌을 받지 않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야곱을 통해서 이사악의 자손이 불어나고, 불어나고, 불어나서 메시아가 세상에 오게 합니다. 또 거짓말을 했는데도 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상청이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 날씨가 예보와 달리 맑은 날씨일 때 그것을 전한 예보관에게 거짓말이라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통계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진실과는 다른 내용으로 듣는 사람이 잘못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거짓말 아닌 거짓말도 있습니다. 통계 자체는 가치중립적인 쓸모 있는 도구지만, 조사자 혹은 인용자는 통계라는 수치로 나타나는 사실을 자기의 목적에 맞게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서 보여줍니다.  조사 과정에서 표본 선택을 가공하거나 조사한 내용을 제한적으로 보여주거나 하는 그런 가공은 통계를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사실로 만듭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속임수라는 거짓이 되는 것입니다. 소득, 고용, 집값 등의 통계를 고의로 왜곡시켜 현실을 조작했던 우리나라의 통계청장도 있었지요.  흔히들 턱도 없는 거짓말을 `새빨간 거짓말`이라 합니다. 이처럼 색깔을 붙여서 하얀 거짓말, 빨간 거짓말, 노란 거짓말, 파란 거짓말, 까만 거짓말 등으로 부르는데, 말에 색깔이 있다기 보다 사람들이 색깔에서 받는 느낌을 거짓말에 끌어다 붙인 거겠지요.  하얀 거짓말은 남을 배려하는 선의의 거짓말이라 하고,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는 뻔한 거짓말은 빨간 거짓말이라고 이름 지어 붙였다고 합니다. 또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은 파란 거짓말이라고 한다는데 색깔이 어찌 되었든 공통적인 것은 특정한 의도를 담은 거짓말들이라는 것이지요. 선의든 악의든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과정을 조작하여 표현하니 결과적으로 거짓말은 어떻든 진실에서 거리가 멉니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고, 그로 인해 거짓된 말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리키는 말로 의학적인 명칭은 `공상(空想) 허언증`이라고 합니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은 1950년대 미국에서 출판된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소설 주인공인 리플리가 처음에는 사소한 동기로 거짓말을 하지만, 그 거짓말을 위해서 또 거짓말을 하고, 그러다 자신이 만든 허구의 현실에 스스로 잠식되어 자신이 만든 허구의 현실을 유지하기 위해 마침내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더러 리플리 증후군의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2015년에 미국에 사는 한 한인(韓人) 소녀가 미국 대학입학능력 시험(SAT)에서 만점을 받고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 동시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게다가 MIT에 응모한 논문 덕분에 페이스북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비록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해도 같은 민족으로서 이 소식을 접하고 많이 기뻐하고 응원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이 밝혀졌습니다. SAT도, 두 대학 동시 합격도, MIT 논문도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는데도 그 소녀는 자신의 거짓말을 진짜라고 믿으며 사람들의 비난에 억울함을 호소하였다고 합니다.  그밖에도 학위를 조작하여 사회적 명예와 좋은 직업을 얻었던 사람, 하지도 않은 봉사를 허위로 서류를 꾸며서 대학과 대학원에 버젓이 입학한 사람, 공정하지 않은 사업들에 깊숙이 관여한 책임자임에도 자신은 그 일과 절대 무관하다고 길길이 뛰며 부정하는 모습들에서 사회 지도층이라는 집단 속에 만연한 리플리 증후군을 보게 됩니다.  히틀러의 참모였던 괴벨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되고, 다음에는 의심을 받지만,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  참 무서운 말이죠. 게다가 언론까지 여기에 이용된다면 소름끼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괴벨스가 선전 선동으로 나치를 미화하여 히틀러의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저지른 만행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며칠 후면 만우절이라고 불리는 4월 1일입니다. 이 날은 본래 서양에서 유래했는데 가벼운 장난이나 유쾌한 거짓말로 평소의 청교도적 도덕성에서 잠깐 일탈하여 상대를 놀리는 것이 허용된 날이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거짓말을 하더라도 정오 이전에만 행하고 정오 이후에는 장난이었음을 알려야 한다고 합니다. 거짓 장난이 오래 가면 안 된다는 뜻이겠지요. 요즘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정치적 사건을 보면서 위에서 언급한 만우절의 규칙이 지금 꼭 필요한 게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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