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시에서 돈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빳빳한 수표가 아니라 손때 꼬깃한 지폐청소부 아저씨의 땀에 절은 남방 호주머니로 비치는깻잎 같은 만원권 한 장의 푸르럼나는 내 시에서 간직하면 좋겠다퇴근길의 뻑적지근한 매연 가루, 기름칠한 피로새벽 1시 병원의 불빛이 새어 나오는 시반지하 연립의 스탠드 켠 한숨처럼하늘로 오르지도 땅으로 꺼지지도 못해 그래서 그만큼 더 아찔하게 버티고 서있는하느님, 부처님썩지도 않을 고상한 이름이 아니라먼지 날리는 책갈피 아니라지친 몸에서 몸으로 거듭나는아픈 입에서 입으로 깊어지는 노래절깐 뒷간의 면벽한 허무가 아니라지하철 광고 카피의 한 문장으로 똑 떨어지는 슴슴한 고독이 아니라사람 사는 밑 구녁, 후미진 골목마다범벅한 사연들 끌어안고 벼리고 달인 시비평가 하나 녹이진 못해도늙은 작부 뜨뜻한 눈시울 적셔 주는 시구르고 구르다 어쩌다 당신 발 끝에 채이면쩔렁! 하고 가끔씩 소리 내어 울 수 있는나는 내 시가동전처럼 닳아 질겨지면 좋겠다 -최영미,`詩`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 그의 시는 건강하다.  이 속물의 시대에 이 냉소의 시대에 세월에 대한 뜨겁고 푸르른 정신의 시가 있다는 건 분명 우리에겐 하나의 축복이다.  이 시는 최 시인의 건강한 시론이다. 그의 시는 허황하지가 않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시라고 부끄러움도 모르고 발표하는 이 속물 같은 시대에 "나는 내 시에서 돈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고백하는 시는 아름답다 통쾌 하다.  그는 "빳빳한 수표가 아니라, 손때 꼬깃한 지폐, 청소부 아저씨의 땀에 절은 호주 머니에 비치는 깻잎 같은 만원권 한 장의 푸르럼"을 내 시가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노래 한다.  새벽 1시 병원의 불빛이 새어나오는, 반지하 연립주택의 스탠드 켠 한숨 섞인 시가 내 시였으면 한다고 쓴다.  "썩지도 않을 하느님 부처님 같은 고상한 이름이 아니라, 먼지 날리는 책갈피가 아니라, 절깐 뒷간의 허무가 아니라, 늙은 작부의 뜨듯한 눈시울을 적시는 시, 어쩌다 당신 발 끝에 채이면 쩔렁! 하고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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