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화랑도의 수련장으로 널리 알려진 단석산 자락에 위치한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의 모량초등학교는 교정이 마치 잘 가꾼 공원처럼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 둘러싸여 있다. 단석산의 정기가 가득한 모량리의 중심에 있는 이 학교는 지난 1943년 모량북부국민학교로 설립인가를 받았고 1945년에 모량국민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로 6347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모량초등학교는 현재 51명이 재학하고 있다.모량초등학교는 한때 1학년당 2학급씩을 운영할 정도로 서경주에서 제법 큰 규모의 학교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경주에서 대구로 향하는 국도변에 위치해 있고 건천읍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을인 모량리를 끼고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학생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량초등학교도 학령인구 감소와 저출산, 인구소멸의 거센 파도를 비껴가지 못했다. 모량초등학교의 새로운 발전은 2021년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를 실시한 후부터다. 내리막길을 걷던 학생수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1년 44명이었던 재학생수는 2021년 51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다시 52명이 됐다. 그렇게 되기까지 학교의 교육활동은 매우 꼼꼼하게 진행됐다. 먼저 학생 한명 한명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예술교육을 펼쳤다. 국악, 무용, 연극, 성악 등 다양한 예술교육을 실시하고 난타, 뮤지컬, 도립교향악단, 샌드아트, 전시회 등 고급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활동을 늘려나갔다. 2021년에는 바이올린, 가야금, 첼로로 구성된 퓨전국악 동아리 ‘더 채움’을 창단해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기회를 보장했다. ‘더 채움’은 다양한 국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하고 경주예술제 등 교내외 행사의 공연해 참가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였다.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생태전환교육도 강화했다. 작은학교 가꾸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토요목공교실을 운영해 도마, 책꽂이 등 생활소품을 직접 만들게 했다. 또 모량 텃밭과 텃밭장터를 운영해 채소, 덩굴식물, 목화, 포도, 우리밀을 심고 이를 학부모와 교직원에게 직접 판매하거나 학교급식에 활용하기도 했다. 동물농장도 만들었다. 학부모의 가축 기부로 토끼, 닭, 유산양을 사육하도록 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농촌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이밖에도 허브화단, 맥문동화단, 국화화단 등을 조성해 아름답고 푸른 학교숲, 꽃길을 조성해 친환경 가치를 확산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정서를 풍부하게 함양하는데 기여했다. 방과후 교육도 다양하다.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컴퓨터, 드론교육과 건강을 위한 골프교실, 방송댄스 교육, 감수성을 키우는 오카리나, 미술교실, 지구촌 시대를 위한 영어교실, 1~3학년 학생들의 사랑방 돌봄교실 등을 운영해 학생들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총동창회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1학년 입학생들에게 장학금 50만원을 지급하고 제주도 수학여행에는 상당부분의 예산을 지원했다. 학부모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다. 학부모 동아리 활동으로 민화그리기, 커피교실, 숲체험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모량초등학교의 건물은 지어진지 오래돼 새로운 공간기획에 들어갔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모든 교육주체가 참여해 워크숍을 열고 거기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서 학교를 새로 짓는다는 생각으로 전체 공간을 재편성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경상북도 교육청에서 49억원의 예산을 받았고 여기에는 지역 주민들의 삶까지 고려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있다.모량초등학교는 시인 박목월 선생의 생가와 가까이 있다. 불과 1.2㎞다. 학생들은 목월생가까지 걸어가면서 플로깅 활동을 펼치기도 하며 학교 숲길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목월의 시를 액자로 제작해 전시해 두기도 했다. 모량가족 시낭송 대회도 펼쳐 목월의 시 정신과 대한민국 대표 시인의 출생지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김현숙 교장은 “소규모 농어촌 학교여서 가정형편이 열악한 학생이 많지만 가정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학교에서 찾아 지원하고 있다”며 “학생과 교사의 1대1 맞춤 교육으로 큰 학교에서 소홀할 수 있는 인성과 학업 교육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김 교장은 또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여건을 충분히 갖추는 교육을 펼쳐 새로운 경험을 충족시켜 나갈 것”이라며 “학교의 독자적 노력으로는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지역사회와 학부모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모든 교육 주체가 만족하는 학교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량초등학교는 4남매가 함께 재학하는 특별한 학생들이 있다. 학교 앞 모량교회 정용근 목사의 6남매 중 2녀 아히엘(6학년), 3녀 엘리안(4학년), 4녀 율리아(2학년), 막내아들 다니엘(1학년)이 그들이다. 아히헬 양은 “오빠와 언니도 이 학교를 졸업했고 우리 동생들도 모두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작은 규모의 학교지만 환경이 아름답고 큰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으며 친 동생들뿐만 아니라 전교생들 모두가 형제처럼 잘 어울려 지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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