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아야 하겠지만, 완전한 언행일치(言行一致)를 이루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그런데 언행일치는 차치하고, 아예 말 따로 행동 따로 이거나 말과 행동이 항상 정반대인 사람은 어떻게 상대해야 옳을까?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가 범부(凡夫)일지라도 우리 사회에 대단히 유해할 것인데, 그가 만일 중요한 공직자라면, 공동체에 미치는 해악이 너무나 커서 재앙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재앙은 이미 벌어져 있는데, 사람들은 `이러다 큰 일 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면, 그것 또한 큰일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집에 불이 났는데, 불 끌 생각은 아니 하고 물끄러미 불구경하며 `이러다 집 다 타겠네` 라는 말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말이다.   무심코 던진 꽁초 하나가 한 순간에 수 백 헥타르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듯이, 별 생각 없이 던진 한 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아시는지? 족제비가 범 가죽을 뒤집어쓰고 멀리 나타나면 모든 동물들이 속는다. 그러나 그 족제비가 가까이 다가오면 진짜가 아님을 알 것인데, 어리석은 동물들은 탈 뒤에 숨은 족제비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하고 혼비백산하고 있는 꼴이라니....   말 한 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만, 말 한 마디가 만냥의 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사람이 짓는 업 중에 행업(行業)도 크지만,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 또한 지중하니, 천수경(千手經)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으로 시작하여 `나무상주시방승(南無常住十方僧)`으로 끝난다.   인격은 사람의 격이며, 말은 사람의 언어를 일컬음이다. 동물의 울부짖음을 말이라 하지 않듯이, 사람의 격을 잃은 거짓말을 누가 말이라 할 것인가?종이에 쓴 글은 찢어버릴 수 있지만, 입으로 뱉은 말은 돌이킬 방법이 없다. 때문에 공인(公人)의 말은 천금의 무게를 가지는 것인데, 어제 한 말이 다르고 오늘 한 말이 다르다면, 그것을 어찌 말이라 할 것인가?   지폐가 종이지만 신용으로 가치를 가지듯이, 말은 발성이지만 신뢰로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위조지폐 발행이 범죄이듯이 공인의 헛말 또한 범죄임을 모르는가?   인간은 다섯 살만 되면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거짓말 잘하는 인간의 본능과 같은 속성 때문에, 일 년에 단 하루라도 거짓말 욕구를 해소시켜 주기 위해 만우절(萬愚節)이 만들어 졌는지는 모르지만, 만일 일 년 365일을 만우절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더구나 그런 사람이 중요한 공직을 맡고 있다면, 그 공동체의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은 당연하고, 사회체제 자체가 파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의 그런 행동은 해학으로만 조롱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닐 것이다.   허구한 날 들려오는 익살스러운 소리들도 이젠 지겹다. 눈앞에 다가온 지구환경 위기 속에서, 식량위기, 에너지위기, 경제위기, 안보위기가 발 등에 떨어진 불이 되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그렇게 한가로운가! 언행(言行)의 불일치는 인격의 문제일 뿐이지만, 기행(奇行)의 정도는 정신질환을 의심케 한다. 어리석은 행동은 조롱의 대상일 뿐이지만, 정신질환은 치료의 대상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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