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개 정책토론을 하기로 했다. 이번 토론은 김 대표의 식사 회동 제안에서 비롯됐다. 이에 이 대표가 `정책대화`를 역제안하자 김 대표가 TV 토론을 제안하면서 합의에 이른 것이다. 여야 대표 간 공개 토론이 이뤄진다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여야는 실무협의에 들어갔는데, 모쪼록 토론이 성사돼 치열하고도 건전한 논쟁이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대선이 끝난 뒤 양당은 단 한 번도 대표 간 TV토론을 갖지 못했다. 대화와 소통 단절을 보여주는 우리 정치권의 답답한 현주소다. 대선 전만 해도 `토론배틀`이라는 말이 정치권에 통용될 정도로 여야 최고위급 인사 간 공개 토론은 그다지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2021년에는 여당인 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네차례나 TV에서 `맞수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TV토론 의제의 성격상 이번 토론도 여권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여야가 당면한 정치 환경이 아무리 중하다 해도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할 순 없다. 정치적 견해와 셈법이 첨예하게 맞서는 현안일수록 여야가 각자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고 지지를 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토론이 열린다면 국민이 정치, 사회 쟁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여야의 역량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여야관계는 갈등과 대립, 파행으로 점철돼 왔다. 민주당은 절대 과반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강행 처리했고, 윤 대통령은 시행령 제·개정과 국회 재의요구권 행사로 이를 무력화시키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 4월 양곡관리법에 이어 5월 간호법 제정안이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로 다시 넘어와 30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에 이어 최근엔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이런 와중에 양당 대표가 TV 토론을 하기로 했으니 정치복원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당연지사다. 한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이번 토론은 적어도 여야관계가 힘의 논리에서 비롯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민생과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TV토론은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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