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기 한시적으로 도입한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 형태로 유지된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내달 1일부터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 등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감염병 위기 경보가 `경계`로 하향 조정됨에 따라 2020년부터 `위기` 단계에서만 허용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으나 시범사업을 통해 그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추진 계획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에 초·재진 구분이 없던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전환된다. 초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는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의료기관이 없는 섬·벽지 거주자, 장기 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장애인, 격리 중인 감염병 확진 환자 등이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이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용을 보면 전반적으로 비대면 진료의 범위와 대상이 대폭 축소됐다. 지난 3년여간 1천419만 명, 3천786만 건에 이르는 비대면 진료 중 99%가 초진이었다고 하는데 시범사업에서는 초진이 사실상 제외됐다. 초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경증 질환의 경우 비대면 진료가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앞으로는 병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재진 환자의 비대면 진료도 여러 조건이 붙어 있다. 만성질환자는 대면 진료를 받은 지 1년 이내, 그 밖의 질환은 30일 이내에 같은 병원에서 같은 질환으로 한 번 이상 대면 진료 받은 이력이 있어야 한다. 이미 많은 국민이 경험하고, 효능을 확인한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의 형태로나마 유지되는 것은 다행스럽지만 이 또한 미봉책이다. 시범사업이란 새로운 정책을 정식 도입하기 전에 정책의 타당성을 확인하고 보완점을 찾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무려 3년간 실시한 비대면 진료에 대해 새삼 시범사업을 한다고 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일차적으로는 감염병 위기 경보의 하향으로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진 상황에서 국회의 의료법 개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그러나 비대면 진료가 임시방편으로 근근이 유지되는 것은 제도의 안정성이나 관련 산업의 육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분위기가 충분히 성숙한 만큼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법적 공백 상태를 조속히 해소해주길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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