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 동남단에 위치한 장기면의 장기중학교는 1949년에 개교한 역사가 깊은 학교다. 올해까지 9509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장기중학교는 현재 157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2020년 작은학교 자유학구제가 실시된 후 학생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장기면에 주소를 둔 학생 수는 32명에 불과하며 125명은 인근 오천읍에서 유입된 학생들이다. 자유학구제가 실시된 후 2021년에는 20명이, 지난해에는 34명이, 올해는 71명이 유입됐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학급 수도 늘어났다. 지난해까지 1, 2학년 2반, 3학년 1반이었지만 올해 들어 2학년과 3학년은 2반, 1학년은 4반으로 8학급이 됐다. 장기중학교는 ‘등교길이 즐거운 학교’라는 평가가 있다. 전형적인 농산어촌 마을인 장기면에 위치해 있어 복잡한 도심을 지나 시골길로 접어들면 사계절 아름다운 산수와 만난다. 철마다 색이 변하는 자연을 벗삼아 등하교하는 학생들은 5월이면 이팝나무의 흰색향연을 즐기고 가을이면 은행나무 단풍에 푹 빠져든다. 여기에 이팝나무를 비롯해 7그루의 보호수가 교정에서 자라고 있다. 학생들은 그 나무의 그늘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배우고 유순한 정서를 갖춰간다. 이같이 아름다운 자연에 묻혀 살아가는 학생들의 성품은 온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교폭력이나 구성원의 갈등 같은 것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학교다. 교직원들의 단합도 잘 돼 평화로운 학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학교는 아직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려본 적이 없는 학교다. 이 학교는 1인 2악기 연주하기와 스포츠 특기 갖기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다른 학교와 달리 예체능교육에 집중하는 셈이다. 이 특별교육은 작은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학생 수가 적어서 악기 구입이 용이하고 집중 교육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외부 전문 강사를 초빙해 전문화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악기 교육은 1개반에 20명씩 8개반을 운영하며 1주일에 4시간 수업을 실시하고 스포츠 특기교육은 같은 반 편성에 1주일에 2시간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예능교육은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육이고 체육교육은 학생들 체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장기중학교는 오래된 학교여서 넓다. 운동장 한 귀퉁이에는 풋살장이 만들어져 있고 넓은 체육관도 있어 학생들이 배구, 농구, 배드민턴 등 자유롭게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장기중학교의 교육 활동은 일반 중학교의 교육 활동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도 없고 번듯한 독서실도 없는 지역에서 타지역 근 중학교와 다름없는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는 것은 이 학교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백영민 교무부장은 “제자들이 성인이 돼서도 성공해 소식을 전하러 올 때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990년에 부임해 이 학교에서만 24년째 근무 중인 백영민 부장은 “작은학교지만 상급학교로 진학해 전혀 뒤처지지 않고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다른 학교에서 하지 않는 인성과 예체능 중심 교육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기중학교는 1980년대 초반에는 18학급까지 운영하는 학교였다. 하지만 그 후부터 차츰차츰 이촌향도 현상이 나타나면서 2010년 전후에는 3학급으로 줄어들었다. 만약 자유학구제가 없었다면 30여명의 재학생으로 겨우 학교의 맹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장기중학교는 자유학구제로 전환점을 맞았다. 5학급으로 늘었다가 8학급으로 불었다. 교육 프로그램이 알차고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인근 지역에 ‘좋은학교’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갑자기 유입학생이 늘어나는 것은 자유학구제의 취지에 벗어날 수도 있다는 행복한 우려도 나온다. 농산어촌지역의 학교가 8학급이 됐다는 것은 작은학교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은학교의 취지에 맞는 인원만 수용해 집중교육, 특별교육, 개별교육이라는 작은학교만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기중학교와 같은 경우의 학교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변호사가 되고싶다는 꿈을 가진 학생회장 최예현(3학년) 양은 “따로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보충수업을 통한 1대1 맞춤형 교육이 완벽하다”며 “악기 교육과 스포츠 특기 교육 등으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해냈을 때 가지는 성취감이 대단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시골학교지만 도시의 학교와 하나다 다르지 않은 교육을 받고 있다”며 “여기에 아름다운 자연과 선생님들의 사랑으로 전하는 가르침이 더해지므로 도시의 학교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있어 도시 학교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덧붙였다.장기중학교는 박명재 전 국회의원과 이강덕 포항시장 등 많은 인재를 배출한 포항 남부의 명문 중학교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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