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고종 36년이었던 1902년 5월 10일 경주 장날,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인 안의와 선교사로부터 불교의 도성인 경주 땅에 10명이 모여 예수,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면서 경주제일교회가 탄생했다.    경주시 성건동 197번지 초가에서 첫 예배를 드렸던 그때는 경주제일교회의 오늘과 같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후, 120년의 역사 속에서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부흥과 성장을 일궈온 경주제일교회 120년이라는 역사가 기록물로 최근 발간됐다.   바로 ‘120년 은혜의 역사를, 소망의 미래로 경주제일교회 120년사(1902~2022)’를 경주제일교회가 지난 4월 30일 발행한 것이다.    이 기념비적 책 발간의 발행인은 박동한 담임목사로, 120년사 편찬위원회 박인환 편찬위원장을 비롯해 최광식, 김진정, 김진룡, 박세영, 반안식, 강호권, 김기호, 김상용, 손영호, 김우진 등이 편찬위원으로 힘을 모았으며 김한윤 목사가 집필자로 공을 들였다. 이 밖에도 김은조 행정실장이 사진 및 여러 사료를 협조했으며 이 책 발행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고 김의진 장로도 자료 제공과 함께 자신의 기억을 쏟아냈다고 한다.   경주제일교회 120년사(1902~2022)는 모두 10장으로 구성됐다. 각 장의 작은 제목들만으로도 질곡과 영광이 함께 한 교회 120년사가 일목요연하게 펼쳐져 보인다. 또 각 장 마다에는 ‘사진으로 보는 경주제일교회 120년사’가 역사의 현장들을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의 대주제는 ‘은혜의 역사를, 소망의 미래로’다. 박동한 담임목사는 이를 성경 구절인 ‘물가에 심어진 나무’에 비유했다. 여호와를 의지하며 의뢰해서 물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더위와 가뭄을 이기고 열매를 맺자는 것이 이 책이 제시하는 비전이다.   먼저 제1장 ‘주 예수로부터 경주제일교회에 이르기까지(~1902)’에서는 기독교와 경주/ 기독교의 수용 등이, 제2장 ‘경주제일교회 창립과 정착(1902~1917)’에서는 세워지는 경주제일교회/ 교육하는 교회-계남학교/ 첫 열매인 교인들 등이, 제3장 ‘성장하는 경주제일교회(1918~1935)’에서는 목회자들의 다양한 목회/ 민족을 사랑하는 교회 등이, 제4장 ‘연단을 받는 교회(1936~1945)’에서는 어두운 시대 속의 빛나는 지도자/ 고난받는 예배 등이, 제5장 ‘재건하는 경주제일교회(1946~1955)’에서는 재건 시기의 예배/ 교회 음악을 통한 봉사/  석조 예배당 건축 등이 실렸다.   또 제6장 ‘확장하는 경주제일교회(1956~ 1977)’에서는 확장하는 목회의 방향/ 확장하는 예배당, 교육관 건축, 사택, 묘지 등이 제7장 ‘부흥하는 교회(1978 ~1989)’에서는 한국 및 세계의 기관을 섬기는 교회/ 건축하는 새 예배당 등이, 제8장 ‘시련 겪는 교회(1989~2002)’에서는 음악을 통해 부흥하는 교회/ 창립 90주년 기념행사 등이, 제9장 ‘성숙하는 교회(2003~ 2018)’에서는 정영택 목사의 균형 잡힌 목회(목회 중점, 총회장)/ 음악을 통한 교회의 일치와 경주사회와의 소통/ 예배당 공사 및 파이프오르간, 종탑복음벨 등 설치 공사 등이, 제10장 ‘현재와 다음 세대(2019~ 현재 및 미래)’에서는 기도하며 다음 세대를 세우는 박동한 목사의 목회/ 120년 회고와 미래 전망 등을 실었다.   이 책 발행을 준비하면서 특히 1900년대 초반 사료인 당회록은 거의 한자로 기록돼있어 해석하기 쉽지 않았는데, 신학을 전공하고 한문에도 조예가 깊은 김한윤 목사가 정리해 집필했다고 한다. 김한윤 목사는 먼저, 생존 교인들의 인터뷰와 구증 등으로 120년 사의 물줄기를 가늠했다. 이미 발행된 교회 90년사를 보완한 새 역사책을 기획하고 연로한 성도들에게서 교회 역사의 조각들을 끄집어내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한국 장로교회 전체를 보는 시각으로 경주제일교회 역사를 바라보았고 동아일보, 기독공보 등 신문에서 교회와 관련한 기사를 참조했다고 한다. 경주제일교회 역사관에 있는 당회록, 제직회록, 공동의회록, 예배 순서지와 행사 순서지 등은 역사의 기초 사료로, 선교사들의 선교 보고서, 정책당회보고서 등도 참조했다.   특히 경북 지역에 선교한 미북 장로교 대구선교부의 선교 활동에 관한 것으로 선교사들의 연례보고서에 기술된 경주제일교회 관련 기록을 찾아 넣었고 교인들의 기억속, 살아 있는 이야기를 담기 위해 설문지나 인터뷰를 활용해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서술하는 형식을 띠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향한 역사를 염두에 두고 사료를 찾고 역사를 서술했다. 역사의 고비마다 상처와 아픈 일도 겪었지만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교회를 강조했다.   경주제일교회는 1906년부터 안강제일교회(김상용)를 시작으로 여러 교회를 개척하고 세우며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범교회로 성장했다. 1906년에 이어 최경칠(1907년 무과교회), 오현표(1909년 어일교회, 현 양북 제일교회), 이귀봉(1949년 경주황성교회), 유석암(1953년 금장교회), 김만연(1961년 동부제일교회) 등을 통해 교회가 개척되었고 경주읍 황남교회(1937년 현 경주중앙교회), 경주남부교회(1977년), 팔복교회(2002년)등이 개척된 역사도 기록했다.   그리고 교회의 내외형적 발전 양상과 현황도 소개돼있다. 1920년 성건동에서 노동동으로의 교회 이전, 1950년 석조예배당 건물 착공, 1982년 현재 예배당의 입당과 동시 헌당 등이 그것이다.   또 대만, 중국, 독일, 콜롬비아, 볼리비아, 남아공, 일본 등지에 파송돼있는 선교사와 협력 선교사, 계남학교(1909년) 설립, 성경구락부(1952년) 설립, 고등공민학교(1954년), 경주제일어린이집(1986년), 농아인교회(1990년)와 현재 진행중인 보훈가족초청위로회, 장애인초청위로회, 환경미화원초청위로회, 영어 말하기 등을 통해 지역사회를 섬기고 봉사하는 교회의 역할도 기록하고 있다.   120년간 경주제일교회가 배출한 목회자에 대한 기록도 세세하다. 각 장에서는 당시 담임 목사의 목회 철학과 방향을 요약해 뒀다. 1대 서성오 목사를 시작으로 3.1 만세 운동을 이끌었던 박영조 목사, 2019년 제17대 담임 목사로 부임해 현재까지 교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박동한 목사에 이르기까지의 기록도 보인다.   특히 2000년대 초반 교회가 가장 어려운 갈등의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정영택 목사의 부임으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한 걸음 도약하게 됐던 상황과 정 목사가 통합 교단 제99회기 총회장으로 배출된 영광의 시간도 기록돼 있다.   경주제일교회는 명실상부 지역과 사회, 경동노회 산하 전체 교회의 선도적이고 주도적인 역할과 더불어 일제강점기 경주 3.1 만세운동을 주도하며 민족의 선구자 역할을 담당했고, 이후로도 지역사회 안에 크고 작은 일들에 솔선수범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쳐왔다.   경주 음악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 1920년 계남학교 설립이야기에선 김동리라는 걸출한 인물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는 기록과 계남학교가 경주고적환등운동의 요체였다는 사실도 나타난다.    3.15만세 운동을 주도하고 금관총 출토유물 경주유치운동 등을 통해서는 민족과 지역사회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나라와 민족이 경험한 시대적 혼란 속에서도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며, 믿음의 열정으로 굳건하게 지역 복음화의 사명을 감당해 온 교회임을 보여준다.   박동한 담임목사는 “120년 역사를 지닌 교회에 담임 목사로 시무하면서 자랑스런 선배들의 역사인 120년사를 출판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은혜이자 자부심”이라면서 “이 책을 기획한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님의 은혜 역사를 기록함은 물론, 미래를 이어갈 다음 세대들에게 교회 과거의 역사를 잘 알리고 소망으로 나아가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 발행을 계기로 자긍심을 가지고 교회가 150년, 200년을 향해 나아가는 중요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책 발행은 경주제일교회 개교회의 역사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특히 영남과 경주 지역 교회 역사와 맥을 같이 하므로 한국 교회사와 영남지역 교회사의 귀중한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경주 지역 근현대사의 맥락과 의의를 짚는 일에도 큰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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