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오장육부 기운이 표출되는 곳이란다. 그래 외모만보고도 대략 성격 및 인품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는 관상가들 말도 있다. 하지만 이런 관상학 이론이 꼭 정확히 맞는 것은 아닌 성 싶다. 첫인상은 호감 형이었으나 겪을수록 표리부동한 사람도 적지 않아서다. 반면 첫인상은 무덤덤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진국인 사람도 있다. 이로보아 인물 됨됨이를 보려면 겉보다는 내면을 헤아리는 혜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하느님만 알 수 있을 터, 웬만한 독심술을 갖추기 전에는 심중을 전혀 가늠할 수 없는 게 마음이다. 오죽하면 예로부터, “ 물은 건너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라고 했을까. 철석같이 상대방을 믿었건만 눈앞의 사소한 이익 앞에 등 돌리는 게 인간 아니던가. 필자 같은 경우 이럴 때 가장 비인간적이란 생각이다.   이런 연유로 상대방을 판단할 때 첫인상에만 의존한다면 자칫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외모지상주의 탓인지 상대방 외양만 보고 섣부른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겉볼안만 믿었다가는 낭패 당하기 십상이니 함부로 자신만의 잣대로 상대방을 재어선 안 될 일이다.   얼마 전 아르바이트 앱을 통하여 만난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20대 여성도 그렇잖은가. 언론에 공개된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다. 순진해 보이는 화장기 없는 민낯이다. 그녀 얼굴 그 어디에서도 살의殺意라곤 찾아볼 수조차 없다. 주위에서 쉽사리 대할 수 있는 지극히 친숙한 얼굴이 아니던가. 이런 얼굴로 그녀가 교복까지 빌려 입고 학생인양 위장한 후 영어 과외선생을 만나 살해 후 시신까지 훼손 했잖은가.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끌며 홀가분한 걸음걸이로 길을 걸었던 그녀다. 뿐만 아니라 유치장에서도 불안한 기색도 없이 잠도 잘 자고 세 끼 밥도 잘 챙겨 먹는 태연함도 보였다.   자신 영어가 중 3 수준인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살인 동기인 듯하다는 범죄 전문가의 말도 있다. 아직 정확한 살인 동기는 아니나 왠지 이 말에 더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만약 오로지 자신보다 상대방이 어느 일면이 월등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면, 인면수심의 행위임에 분명하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퍼져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974년 미국 캔자스 주에서 여성 10명을 죽인 연쇄 살인범이 2005년 붙잡혔다. 범인 데니스 레이더는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겉보기에도 평범한 59세 시청 공무원이었다. 그는 범행 때마다 ‘BTK’라는 이름으로 피해자 유품을 방송사에 보내는 기이하고 대담한 행동으로 경찰을 조롱하기까지 했다. 즉 ‘묶고 bind, 고문하고 torture, 죽인다kill’라는 뜻이었다. 한번 살인을 하면 3년 혹은 4년 정도 공백기를 두어서 30년 넘게 수사망을 용케 피해왔다. 그러다가 방송사에 보낸 편지에 묻은 DNA에 의하여 검거됐다.    어디 이뿐인가. 미국 최악 연쇄 설인마로 일컫는 테드 버니는 한 팔에 붕대를 감은 채 여성에게 접근, 짐을 옮겨달라고 부탁한 뒤 뒷머리를 둔기로 때려 납치 했다. 테드 버니는 ‘연쇄 살인의 귀공자’로 불릴만큼 미남형은 물론이려니와 달변인 화술에 반하여 속아 넘어간 피해자가 많았다고 한다. 무려 100명에 이르는 여성을 죽였다는 추정이 있으나 로스쿨에 다녀 법률까지 훤히 꿰뚫은 테드 버니는 교묘히 법망을 피하는 방편으로 35명 살인만 인정했다. 그는 얼마나 치밀한지 여성들을 쉽게 납치하려고 자동차 조수석까지 떼놓고 다녔잖은가. 이런 사실은 외국만이 아니었다. 지난날 경기 서남부 연쇄 살인범 강호순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상인 모습이었다. 심지어 지난날 강호순 차에 6시간 감금됐다가 구사일생으로 풀려났던 어느 40대 여인은 훗날,“ 그가 잘 생겨서 전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를 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잖은가.   사이코패스들은 성인 100명 중 한 명 꼴로 존재한다고 한다. 오죽하면 일본 게이오 의대 니시무라 박사는 주위에서 사이코패스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며 이러한 자들을,“정장 차림의 뱀”이라고까지 일렀을까. 사이코패스들의 두뇌를 살펴보면 뇌 전두엽에 결함이 있단다. 공격성을 억제하는 분비물인 세로토닌이 부족하다는 학설도 있다. 또한 반사회적 인격자들의 특징으론 자기중심적이며 거짓말을 능수능란하게 잘하고 죄의식이나 감정을 못 느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겉으로 봐선 그 속을 모르는 악마들과 섞여 살수록 사람답게 사는 덕목에 부단히 힘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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