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아이들의 얼굴 같은 감자 다섯 개가 나온다/ 꿈을 꾸느라고 부스럼이 생긴 감자도 있다//’ -최영 시, ‘나는 감자 속에도 있다’ 중에서. 매일을 살아 내면서도 자신만의 정서와 리듬을 가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시집 한 권이 출간됐다. 최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는 고요한 나라에 닿고 싶다(천년의시작)’가 시작시인선으로 출간됐다. 총 5부로 나눠진 이번 시집 제1부 고양이의 집과 길과 붉은 목련에서는 ‘옹관’, ‘허전함에 대해서’, ‘분홍색 단추를 찾습니다’, ‘유산을 당한 너에게’ 등이, 제2부 그곳에는 아름다운 숲이 있습니다에서는 ‘어떻게 해야 편지를 읽을 수 있을까’, ‘찌꺼기들의 힘’, ‘3층에서 뛰어내린’ 등이, 제3부 시간을 잡으려고 택시를 탔습니다에서는 ‘열쇠’, ‘어떤 죽음’, ‘외나무다리’ 등이, 제4부 얼굴 없는 몸으로도 말을 할 수 있도록에서는 ‘결핍 1’, ‘목수와 아내’, ‘무조건 복종’, ‘나의 외투는 몇 벌인가’ 등이 실렸다.해설을 쓴 조동범 시인은 최영 시인이 포착하고 있는 일상의 사소함이 어떻게 문학적인 사건으로 빚어지는지 이야기한다. 그의 시를 이끌고 있는 ‘생활’이라는 동력이 시의 깊이를 획득하며 사유의 더 넓은 지점으로 나아가는 일을 롤랑바르트의 철학적 개념을 빌려 시의 이해를 돕는다. 손진은 시인은 추천사에서 최영 시인의 시가 무시무시한 적막과 통증의 내압에서 탄생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좌절과 결핍을 강요하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단련된 그녀의 언어’가 고요한 나라에 닿기 위해 무심한 듯 몸부림치는 일상의 비명들이 이번 시집에 생생히 담겨 있다고 평했다.최영 시인은 “부드러우면서도 칼끝 같은 시의 언어들도 좋은 시인을 찾으려는 노동을 한다”면서 스스로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그는 신라문학대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바람의 귀’를 냈다. 첫 시집을 통해 2020년 문학 나눔에 선정, 경북작가, 현대불교문인협회 회원, ‘좋은 시 알리기’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