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바로 세우는 입불(立佛)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가운데, 보존 방안을 확인하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보존관리방안 연구 최종보고회’가 2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다. 경주시와 문화재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사)한국건축역사학회는 보고회에서 열암곡 마애불의 입불안, 현상유지안, 절충안인 와불 등 세 가지 보존방안을 검토했다.마애불상의 입불과 보존방안을 연구 용역했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사)한국건축역사학회의 연구 결과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공학적 측면에서 마애불 입불에 대한 기술적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했으며 한국건축역사학회에서는 인문학적 측면에서 마애불 보존의 인문·사회적 가치를 종합해 보존 방안을 제시했다. 이광우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책임자는 마애불상위 원 위치와 방향, 거동 방안 등을 소개하면서 마애불상의 본래 위치는 조각된 대형 암반과 인접 지역 암반들을 비교한 결과, 현 위치에서 큰 이동이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마애불상이 바라보는 방향에 대해서는 “고부조가 가능한 수직절리는 동-서 방향, 남-북 방향의 주향을 갖는 암벽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마애불상의 원래 자세는 서쪽을 바라보는 형태였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불 방안에 대해서는 슬링벨트 1, 2, 4개와 지그를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슬링벨트와 지지하는 설비를 많이 사용할수록 이동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마애불상의 입불 등을 위한 거동 시 안정성에 대한 사전점검 및 수치해석 검증과 효율적인 거동 방안 마련을 위해 사전 모의실험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를 위해 실제 마애불상의 실물크기 또는 축소된 모의불상 실험체를 제작해 사전에 실제 열암곡과 비슷한 작업 환경을 구축한 실험동에서 거동 및 이동하는 모의 실험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이 시나리오는 마애불상의 거동에 필요한 슬링벨트와 철골 지그가 설치가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가능하다”고 전제하면서 “여러 간섭 요건을 제거하기 위해선 인양 전 불상 주변부 지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한국건축역사학회는 합리적 보존을 위해선 오늘의 우리와 후대에 마애불이 지닐 의미, 최적의 보존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함을 제시했다.한동수 한국건축역사학회장(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은 “현상유지안과 입불 복원, 와불로 절충하는 안을 도출했다. 2028년까지 기초·심화연구, 사회적 합의 등을 거쳐 보존 조치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먼저, 열암곡 마애불상 현상유지안에 대해선, 9세기에 건립된 이후 경주 남산이라는 상징적인 종교 공간에 존속하다가 전도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면서 “유산에 대한 완전성 있는 원상 회복이 불가능하며 원 위치에 대한 고증을 완벽히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전제하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및 서사 역시 존중해 현상을 유지”하는 안이라고 밝혔다.현상유지의 대척점에 있는 입불안에 대해서는 마애불을 원래의 위치 및 좌향에 따라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열암곡 마애불은 종교적으로도 경주 남산이라는 정토세계의 구현이라는 의미를 선취하고 있으므로 석불이 제 자리에 본 모습으로 서 있을 때 가장 크게 발현할 수 있으며 후대에도 전승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불이 가장 합리적인 보존 방식이라는 견해”라고 했다. 한 회장은 현상유지와의 절충안인 와불안에 대해선, 입불과 현상유지 사이의 장단점을 절충하지만 모호하며 건립-전도-발견에 이르는 서사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현상유지안은 확실한 역사적 근거가 없는 수리 및 복원을 지양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입불안은 시대적 특징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서 가치를 지닌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열암곡 일원의 불교 유물과 유적들은 당시의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총체적 유산이므로 기초-기본연구(1~2년), 심화연구(3~4년), 실행단계의 로드맵으로 이 같은 가치를 담아내는 복원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2028년까지 경주 남산 열암곡 일원에 ‘남산 불교사찰 종합전시관’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이번 보고회와 관련해 경주시 관계자는 “이날 뚜렷한 보존 방안이 결론 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문화재청·종교계·학계 등 관계 전문가와 함께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보존으로 마애부처님을 바로 세우기 위한 최적의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주시와 함께 열암곡 마애불이 원상을 찾을 수 있는, 신비로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모습이 후세에까지 전달될 수 있는 유산으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