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다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기준금리를 0.50%까지 낮춘 뒤 유동성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2021년 8월부터는 열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했으나 지난 2월부터는 금리 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금은 금리를 더 올리거나 반대로 다시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국면이다. 그만큼 국내외 경제 상황이 복잡하고 민감한 시기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이번 금리 동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민의 결과지만 크게 보면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에 방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미·중 패권 다툼,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성장 둔화 등 대외 악재가 쏟아지면서 국내외의 민간 기관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한은, 국책연구원까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한은이 이번에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으나 지난해 2월의 전망치 2.5%와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다. 한은은 수출 회복과 경제 심리·고용 개선 등에 근거해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상저하고`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성장률 전망치도 조정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존의 불안 요인들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금리 동결로 치러야 할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원화 절하·외국 자금의 유출 등 미국과의 금리차가 유발하는 여러 부작용, 가계 부채 증가와 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 물가 불안 등이 그것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한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금리를 올리면 가계 부채가 점차 줄어야 정상인데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고금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부채가 오히려 급증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한은으로서는 추가 인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총재도 대출을 통한 부동산 투자에 대해 "금융비용(금리)이 지난 10년처럼 (연) 1∼2%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부동산 투자를 하셔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은의 존재 이유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인 만큼 재정·통화 당국이 상호 독립성의 토대 위에 긴밀한 소통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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