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이하 DGIST)이 화학물리학과 서상원 교수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생리활성 물질의 주요 원료인 베타-락탐 구조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촉매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를 원료로 페니실린 등 항생제를 합성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로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1928년 영국의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에서 인류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이후 1945년 영국 화학자 도로시 호지킨이 베타-락탐으로 불리는 고리 화합물이 페니실린을 구성하는 주요 구조임을 밝혀냈다. 베타-락탐은 탄소 원자 3개와 질소 원자 1개로 이뤄진 고리 구조(4원환 구조)로 페니실린 외에도 카바페넴, 세팔렉신과 같은 주요 항생제의 골격이기도 하다.페니실린 구조 규명 덕분에 인류는 베타-락탐 계열의 항생제를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베타-락탐 합성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베타-락탐은 카이랄성(거울상 이성질성)을 지닐 수 있는데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나 개수가 같아도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내는 두 유형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대부분의 시판 베타-락탐 의약품은 유용성을 가진 유형만 선택적으로 제조하기 위해 합성과정에서 카이랄 보조제를 추가로 장착시킨다. 합성 단계가 복잡해지고, 제조 단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보조제 제거를 위해 추가로 화학물질을 투입해야 해서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저렴하고 풍부하게 존재하는 니켈 촉매를 이용해 제조가 까다로운 베타-락탐을 카이랄 선택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시판 공정에서는 항생제 합성에 필요한 베타-락탐 원료를 8단계에 거쳐 합성했지만, 연구진이 제시한 촉매반응은 보조제 장착 및 제거 과정이 필요 없어 약 3단계 정도로 절차를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탄화수소 화합물에서 시장 가치가 700배가량 높은 물질을 합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연구진은 천연물 등 복잡한 화학 구조의 물질에 베타-락탐 골격을 높은 정확도로 도입하는 데도 성공했다. 기존 의약품 합성 전략보다 간단하게 후보 약물이 될 새로운 물질을 합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상원 교수는 “값싼 1주기 전이금속 니켈 촉매를 사용해 자연계에 풍부한 탄화수소 원료로부터 고부가가치의 카이랄 베타-락탐을 높은 정확도로 합성했다"며 "특히 카바페넴 및 시타글립틴 등의 의약 물질의 합성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는데 이는 신약 개발의 가속화 등 산업계에서 널리 응용될 가능성이 큰 아주 중요한 발견"이라고 밝혔다.연구결과는 지난 25일(한국시간) 화학 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