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들 사이에 일본식 건물들 같은 게 1개씩 껴있더라’, ‘가게 이름들도 료코, 칸코우, 오마카세 일식당..., 한옥건물인데 카페이름이 일본어고 내부도 일본식이어서 당황스러웠어’, ‘전국에서 몇 없는 한옥거리에서 일본 건물 보니깐 거부감 들어’. ‘다른 지역이면 모르겠는데 경주는 도시 자체가 문화재인데 심해지는 왜색은 규제했으면 좋겠음’. 최근 경주 황리단길을 다녀간 이들이 남긴 SNS의 솔직한 후기들이다. 경주 최고 관광지로 북적이는 황리단길이 왜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29일 방문한 황리단길에는 하나씩 입점하던 퓨전 일식집과 일본식 라면집, 이자카야 같은 선술집, 일본 맥주 마크를 가게 앞에 크게 붙여놓은 가게 등이 점차 늘어나면서 일본 교복을 대여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일본 사진관 분점 등도 합세해 성업 중이었다. 한복대여 맞춤소품집과 경주경찰서 황남파출소 바로 옆에 위치해 묘한 대조를 이룬 이 사진관은 평일 오후인데도 북적거려 한복 대여점이 한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본어가 버젓한 이 사진관에선, 일본가요도 계속 흘러나왔다. 일본식 가게 중에는 아예 일어 히라가나로 간판을 쓴 가게도 보였다. 이들은 소위 ‘일본풍 가게’들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의 대표적 역사 관광지에 한국말로 된 간판은 거의 없는 경우와 크게 대비된다.황리단길에는 일본식 상점 외에도 자생적으로 성장한 경주 특색을 살린 식당과 카페,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많이 있다. 방문자들은 이 공간을 거닐며 국적을 가리지 않고 SNS의 ‘핫플’을 즐긴다. 한 시민은 “황리단길이 방문객의 입맛을 수용하는 문화적 다양성은 존중하지만 최근 불거진 경주 속 일본 문화의 확산세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정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했다. 동국대학교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김남현 교수는 황리단길의 지나친 왜색을 우려하면서 ‘황리단길은 대릉원을 비롯한 신라천년의 역사문화환경을 보존해야하는 경주고도지구로 지정된 곳’이며 이들 역사문화자원들과 함께 보존돼야하는 곳임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황리단길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주거지가 빠르게 상업화되고 관광지화의 가속화로 부작용도 커져가고 있다. 경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생적으로 성장한 여행자길이지만 이곳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 명성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또 황리단길은 신라고도지구로 역사문화자원과 함께 보존돼왔기에 오늘날의 황리단길에 사람이 몰리는 것인데, “경주만의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굳이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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