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맨발이구나 마리아괜찮다, 너는 부끄러워하지 말아라산다는 게 모두 제 몸을 팔아 제 몸을 먹이는 일아비도 오늘 몇 달 밀린 화대를 받았다이 저녁도 무릎을 꿇고 컵라면 하나를 받쳐 드는 너에게끝내 늙은 하나님 하나 도착하지 않고예보도 없이 그저 눈발이나 흩뿌리는 그따위 하늘을 우러러우리 아무것도 속죄하지 말자, 마리아 -배주열, '나도 매춘부다'   배주열 시인은 포항서 활동하는 젊고 패기만만한 신인이다.  그는 이번에 시니컬하고 도발적인 제목의 첫 시집 '나도 매춘부다'를 냈다.  시인은 썩어가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통쾌한 문명비판을 마리아의 이름을 빌려 호소하는듯한 현실비판의 담대한 목소리를 담았다.  '오늘도 맨발이구나 마리아','괜찮다, 너는 부끄러워하지도 말아라', '산다는 게 모두 제 몸을 팔아 제 몸을 먹이는 일!'이라고, '아비도 오늘 몇 달 밀린 화대(봉급)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화대'는 보통 여자들의 몸값 은유로, 여성 쪽의 용어인데 반해서, 여기서는 과감하게 남성으로서의 아버지도 화대(봉급)를 받는다고, 귀가 번쩍 뜨이는 반전을 시키고 있다. 호쾌한 남성적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끝내 늙은 하나님은 도착하지 않는, 그 따위 (신이 없는 하늘) 우러러, '우리는 아무것도 속죄하지 말자'고 외친다. '아비','그 따위' 같은 속어들이 오히려 이 시의 절박한 분위기를 더 살리고 있다. 고통 속의 현실을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침묵하는 신'을 향한 원망일까? 속죄를 받아주지 않는, 신이 없는 비극적 현실을 시인은 분노하면서 노래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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