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건을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고 채수근 해병대 1사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을 바라보는 여야의 입장차이가 극과 극이다. 여당은 삼류 정치인 흉내를 낸다는 반응이고 야당은 진실을 항명 혐의까지 뒤집어씌워 진실을 가리려 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박 수사단장이 수세에 몰리면 궁극적으로 정부 여당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 고발 내용이 불편하고 곤혹스럽고 당장 지지도를 떨어뜨린다고 하더라도 집권당은 고발자를 공격하는 데 앞장서면 안 된다. 사실 여부를 수사기관이나 감사원 같은 국가기구가 정치적 외압 없이 수사·감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캐나다에는 독립적 준사법기관인 ‘공직자 신고 보호 법원’이 있다. 이 법원은 신고자에 대한 보호 조치 관련 결정을 하고, 보복행위를 한 자를 징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특별법원을 통해 신고자가 불이익을 받게 되면 신속히 구제된다.   내부고발은 집권당과 정부 인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보수든 진보든 어느 정부든 예외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이권 카르텔 타파를 위해서도 내부에서 문제 제기하는 내부고발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제보 내용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제보자를 안정적으로 보호해야 잠재적 내부고발자들이 용기 있게 문을 열고 사회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여야가 정쟁으로 몰고 가기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뿐만은 아니다. 대법원 유죄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 경우도 2018년 말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과 청와대는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정권의 부도덕성을 알린 공익제보로 인정했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하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으로 공천했다. 2018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기재부의 KT&G 사장 인사 개입 의혹과 4조 원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의 문제점을 폭로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2020년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당직 사병이 제기했을 때도 민주당 인사들은 이들을 ‘사기꾼’으로 몰았고 당시 국민의 힘은 영웅시하고 공격에 활용하기에만 골몰했다.   자기 입맛에 따라 야당일 때는 여당에 비판적인 폭로가 나오면 앞장서 옹호하고, 여당일 때는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박 단장의 항변은 사건의 진실 규명에 있다. 박 전 수사단장을 정쟁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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