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서 낮으로 가는 시간.옆에서 옆으로 도는 시간.삼십 대를 위한 시간.수탉의 울음소리를 신호로 가지런히 정돈된 시간.대지가 우리를 거부하는 시간.꺼져가는 별들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시간.그리고-우리-뒤에-아무것도- 남지 않을 시간.공허한 시간.귀머거리의 텅빈 시간.다른 모든 시간의 바닥.새벽 네시에 기분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만약 네시가 개미들에게 유쾌한 시간이라면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자.자, 다섯시여 어서 오라.만일 그때까지 우리가 죽지 않고,여전히 살아 있다면. -비스와바 쉼보르스카(폴란드, 1923-2012),'새벽 네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의 시인이다. 2012년 8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시집을 12권냈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녀에게 노벨상 발표를 하면서 “모차르트 음악처럼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속에서 뜨겁게 폭발하는 그 무엇을 겸비했다”라고 극찬을 했다.그의 시는 서양의 전통적인 사조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우주적 상상력이 투영되어 있다. 세상 만물에 대해 끝없는 애정과 호기심을 보여준 시인, 상식과 고정 관념에 반기를 들면서 대상의 참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특유의 철학적 사유로 노력한 시인이다.새벽 네시는 어떤 시간인가? “새벽 네시에 기분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 보통 사람들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새벽 시간이기 때문이다.“대지가 우리를 거부하는 시간, 꺼져가는 별들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시간” .“우리 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공허한 시간. 다른 모든 시간의 바닥”이 새벽 네시다.“자, 다섯 시여 어서 오라/그때까지 우리가 죽지 않고/여전히 살아 있다면”흐르는 시간에 관한 사유, 시간을 맞는 인간들의 비극성을 노래하고 있다. 삶과 죽음을 생각케 하는 철학적인 시다. 결국 인간은 죽는다는, 죽음이 시의 배경에 깔려 있다. “밤에서 낮으로 가는 시간/옆에서 옆으로 도는 시간” 모든 세상의 시간은 공허하다. 시간의 아득한 끝은 결국 죽음이다. 모든 시간의 바닥은 죽음, 결국 죽음은 텅 빈 공허다.“자, 다섯시여 어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