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물려준 유일한 자산을 끝내 탕진하였다. 수 년 전 담낭 제거, 일부 간 절제술이 그것이다. 건강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한 종양이었다. 평소 삶에 떠밀려 내 몸 돌보는 데는 소홀했던 결과였다.
  사실 건강은 선천적인 요인에 바탕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흔히 건강은 부모님이 물려준 자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작금昨今에 이르러선 이 유전학은 케케묵은 건강학이 되고 말았다.
 
건강 기능식품 및 약제가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대는 유전적보다 후천적 건강이 중요시 되는 시대다. 이에 힘입어 몸에 좋다는 약과 음식들이 많다. 지난날 한동안 굼벵이가 보신제로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 산골에 있는 초가를 통째로 사서 이엉을 걷어내고 굼벵이를 잡아서 파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까마귀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한 마리에 2,000 원에 거래된 적도 있었다. 요즘 화폐 가치로 따지면 20,000 원 돈이다.
  동남아에서 한국 남성 여행객은 인기 톱인 시절도 있었다. 역시 정력에 좋다는 뱀탕 단골손님 이어서다. 이렇듯 정력에 좋다는 약 먹은 남편에게 만족한 서비스를 받았다는 아내들 얘기를 단 한 번도 귀동냥으로라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남자들이 특히 여름철에 즐겨 먹은 음식이 있다. 일명 보신탕이라고 일컫는 음식이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여도 동네에서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이 음식을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식당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이런 간판을 내건 식당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는 동물 보호법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진 덕분일지도 모른다. 한편 항간에선 개고기보다 더 좋은 음식들이 수두룩하여 설 자리를 잃었다는 말도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비아그라가 상용화 되면서부터 먹으면 야만인이라고 눈총 받는 이 음식이 꼬리를 감췄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하긴 유독 한국 남성들은 정력에 좋다면 그야말로 길에서 개똥도 주워 먹을 기세 아닌가. 또한 정력 향상에 이토록 심혈을 기울인 탓인지, 아님 그 힘이 너무 넘쳐서일까? 매우 인간답지 않는 일에 정력을 쏟는 게 사회문제로 이슈화 되고 있다. 걸핏하면 성희롱, 성폭력을 휘두르는 게 남자들 아닌가. 심지어 혈육인 친 딸 몸에까지 손대는 짐승만도 못한 추악한 남자 이야기는 귀마저 씻게 하잖은가. 성은 삶의 감미로운 꽃이련만, 본능에 따라 함부로 행하는 일은 동물만도 못한 처사다.
 
인면수심인 성폭력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불끈 쥐다보니 이야기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흐른 듯하다. 건강을 논하자면 이렇다. 인간 생명은 어머니 뱃속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정해진 인체시계 초침대로 움직인다는 것이 운명철학이오, 종교적 논리다.
 
십 수 년 전 일로 기억한다. 산약초 광풍이 건강 바로미터였다. 개똥 쑥, 하수오, 뽕나무 등속 약초가 항암 효과에 탁월하다며 귀한 대접을 받기도 했다. 이런 현상 이면엔 항상 모리배 상술이 끼어 있기 마련이다. 방송 매체 등을 통해 이들 가려진 꼼수가 만천하에 드러나기는 하였지만 이미 국민들이 받은 상처는 불치병이 되어 완치가 불가능해졌다.
 
장삿속과 농간을 동의어로 인식하노라니 그들에게 우롱당한 기분마저 든다. 그네들이 파는 약은 언제나 만병통치약이다. 그네들은 한약재가 일으키는 부작용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렇듯 인생을 살아가노라면 ‘풍선 띄우기’란 말에 귀가 솔깃할 때가 있다. 과대평가 과대포장은 허구를 바탕으로 성립된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세익스피어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풍선 띄우기’효과는 다분히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방송 매체에서 몸에 좋다는 기사가 유출되면 촌음을 다투어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전파가 된다는 말이다. 요즘 사회적 괴담이라 할 가짜뉴스가 이에 속한다고나 할까?
  ‘돈은 모든 문을 여는 열쇠다’라는 말도 유행했다. 돈만 있으면 안되는 게 없는 세상 아니던가. 서점의 베스트셀러도, 하잘 것 없는 예술작도 풍선을 타고 날아다닌다. 명작이라는 소문이 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입속에 있다. 그러나 풍선 띄우기에도 금도(禁道)가 있는 법이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이런 노래가 있다. 가사가 입가에 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하춘화의 ‘잘했군, 잘했어’라는 노래다.
 
‘영감 /왜 불러 /뒷 뜰에 뛰어놀던 병아리 한 쌍을 보았소 /보았지 /어쨌소 /이 몸이 늙어서 몸보신 하려고 먹었지 /잘했군 잘했어 (생략)'
 
이제 절기상 곧 말복이다. 복날을 맞이하며 일부 남성들에게 쓴 소리 한 마디 해야겠다. 정력 및 건강에 도움 된다는 개고기 음식 앞에선 이제 더는 입맛 다시지 말았으면 한다. 병아리 한 마리 고아먹고도 풍성한 갈기를 한껏 세우고 내닫는 말처럼 힘 있는 일상을 설계해 보자. 그리고 허풍 아닌 아름다운 참 풍선을 두둥실 하늘 높이 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