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서양에서 일이다. 그 당시엔 여성 다리를 무척 성역화 했나보다. 여성 다리는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인체라는 인식이 팽배 했다. 공공연한 장소에서 일이다. 여인 스커트를 들추고 이 때 유행한 뜨개 양말을 고정시키는 양말 밴드를 뺏는 것을 엄격하게 금했다고 한다. 현대는 어떤가. 여성 다리는 미에 대한 기준으로 자리매김 했잖은가.   탄력을 갖춘 쪽 곧은 늘씬한 여인 다리는 동성이 바라봐도 아름답다. 그렇다면 여인 신체 중 팔뚝은 왜? 미를 가늠하는 대상에서 저만큼 밀려났는지 모르겠다. 하긴 이 팔뚝마저 여인의 미를 재단하는데 한 몫 치게 된다면 여성에 대한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일에 한계가 있을 듯하다. 그만큼 여인의 팔뚝은 엄격한 미의 기준이 없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다. 왜냐하면 현대는 여성 역할이 자뭇 크잖은가. 주부가 하는 집안 일 및 직장 여성 업무 등 가리지 않고 많은 일을 해내는 게 실은 팔뚝 힘에 의해서 아닌가.   특히 아기를 낳아 양육할 때 어머니로서 팔뚝 힘은 필수다. 아기를 어르고 요람을 흔드는 손도 팔뚝 힘에 의해서 아닌가. 더구나 한 생명을 태중에 잉태하고 출산하여 양육하는 일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러다보니 여인네 팔뚝은 근육이 생기고 처녀 때와 달리 굵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팔뚝을 예전에는 그다지 부끄럽지 않게 생각 했나보다. 오죽하면 힘이 세거나 강한 척 하는 사람 앞에선 우스개 소리로, “ 네 팔뚝 굵다”라고 했을까. 요즘 젊은 여성들한테 팔뚝 굵다고 말하면 잘 먹던 최소 끼니조차도 당장 끊을지 모를 일이다. 다이어트가 화두인 세상 아니던가.   한편으론 여성 팔뚝이 18세기 성역이나 다름없다는 다리에 비견하는 대접(?) 때문인가. 특히 나이 지긋한 여성이 여름철 민소매를 입고 외출하면 아직도 볼썽사나워 하는 주위 눈치다. 하지만 굵은 팔뚝이 매우 미더워 보이고 장해 보이기까지 한 여인을 본 적 있다. 단골로 다니는 재래시장 생선 장수 여인이 그러하다. 무더운 날씨 탓인지 비닐 앞치마 안에 민소매 옷을 받쳐 입은 60대 초반 여인이다. 손수레 위에 가지런히 엎어진 등이 시퍼런 고등어, 얼음덩이처럼 꽁꽁 얼어붙은 동태 대가리를 익숙하게 칼로 내리칠 때마다 그녀 팔뚝 근육은 불끈 불끈 솟아 심히 꿈틀거렸다. 생선 몇 마리를 사며 돌덩이 같은 근육이 그녀 팔뚝에서 움직이는 모습에 매료돼 잠시 넋 놓고 바라본 적도 있다.   그녀는 남편도 없이 홀로 병든 시어머니를 부양 한다고 했다. 벌써 십 수 년이 넘게 시장 한 구석에서 생선을 팔고 있는 그녀다. 날만 새면 시장 바닥에 나와 굵은 팔뚝으로 생선을 자르는 억척스러움이 그녀가 지닌 최고의 매력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인일일까. 어려움 속에서도 시어머니를 공경하는 효심 때문인가 보다. 퉁퉁하고 허연 팔뚝 살이 드러나는 민소매 옷을 입었을망정 그 모습이 전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실은 필자도 지난날과 달리 통통한 몸매로 변신했다. 글 쓴답시고 허구 헌 날 컴퓨터 앞에 장시간 앉아 운동 부족이 가져온 결과다. 그러고 보니 필자 역시 예전과 달리 팔뚝이 다소 굵어졌다. 솔직히 고백건대 여름철 민소매 옷을 입고 싶어도 굵은 팔뚝이 남사스러워 입는 것을 망설인다. 이로보아 여성만이 유난스레 팔뚝에 신경을 쓰는 듯하다. 남정네들은 어떤가. 여성과 달리 헬스장에 가서 무거운 아령 및 역기를 들면서까지 울퉁불퉁한 팔뚝 근육 만들기에 여념 없잖은가. 또한 자신의 근육 상태로 건강미를 자랑하기도 하잖은가.   내가 무슨 여권 운동가는 아니다. 다만 여성이 지닌 미도 이제는 건강을 바탕에 두고 그 기준을 세웠음 한다. 외모지상주의에 준한 여성이 지닌 미만 추구 하는 요즘 세태 아닌가. 여성도 생활인으로서도 바라봐야 한다. 재래시장에서 본 생선장수 아주머니도 어찌 보면 그녀에게 굵은 팔뚝은 자신 생의 값진 자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넉넉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는 지극한 효심도 그녀가 갖춘 건강한 팔뚝 힘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아닐 런지…. 바짝 마른 바비 인형 같은 여성만이 미인 자격 요건을 갖춘 게 아니란 이야기다. 건강한 몸으로 팔뚝이 굵어지도록 땀 흘리며 어디서든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여성이야 말로 진정한 미색美色을 갖춘 여인이란 생각이 드는 요즘이어서 해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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