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실상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북한 국방성은 23일 성명을 통해 9·19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면서 이 합의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에서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를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정찰위성 3차 발표 후 군사합의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을 정지시키자 아예 합의 전체 폐기 카드로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9·19 군사합의에 대해 "남북한 군사 충돌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이라는 주장과 "우리 군의 정찰 능력과 전투력을 약화시킨 편향된 합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합의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군사적 충돌을 자제시키는데 일부나마 기여했다는 점, 그럼에도 북한이 무력 도발을 쉴 새 없이 감행했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이를 감시하고 대응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부분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군사합의 전체가 아닌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서만 효력을 정지한 것이나, 미국이 한국의 결정에 대해 "신중하고 절제된 대응"이라고 평가한 것도 합의의 효과와 한계를 두루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그동안 합의를 공공연히 위반한 북한이 최소한으로 이뤄진 우리의 대응에 대해 "초보적인 신의도, 내외에 공언한 확약도 서슴없이 내던졌다"고 비난하면서 전면 폐기에 나선 것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군사합의 파기를 공식 천명함에 따라 북한의 도발과 남북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같은 전략 무기 개발과 함께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국지적 도발까지 나설 경우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군은 빈틈 없이 상황을 관리하는 한편 최악의 사태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동시에 넓고 긴 안목의 정치적,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지난 수년 사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미일, 북중러의 블록화 경향이 뚜렷해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미중 간 해빙 조짐이 나타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국제 정세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완화, 그리고 궁극적인 평화 정착을 위한 전략과 로드맵을 차분히 가다듬는 데도 소홀함이 없길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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