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경주시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보고된 육상 지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행정안전부는 지진 위기 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경북과 울산은 물론 경기, 충남, 전남 등지에서도 130여건의 유감 신고가 접수됐으나 인적, 물적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인근의 월성 원자력발전소와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역시 안전상 이상이 없어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이 별다른 피해 없이 지나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은 더욱 분명해졌다. 국내에서 디지털 지진계로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연평균 70.6회 발생했다. 최근 들어서는 아직 한 달이 남은 올해 이미 99회가 보고됐을 정도로 빈도가 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 보듯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인도주의적 재앙은 물론이고 환경, 보건, 산업 등의 측면에서 국가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남기게 된다. 이런 일이 대도시나 원전 인근 지역에서 생긴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이다. 최악의 사태를 상정해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9·12 경주 지진 이후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에 대한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으나 기존 건축물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아 내진 성능을 가진 건물의 비율은 15%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법적 대상이 아닌 건물도 자발적으로 내진 설계를 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2041년까지 완료할 예정인 국내 약 450개 활성단층에 대한 전수조사도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완료해야 한다. 땅 밑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아야 적절한 준비와 대처도 가능하다. 또 이번에 기상청은 지진 발생 8초 만에 긴급재난문자를 전국으로 발송했으나 정작 경주시는 48분, 경북도는 34분이나 지나서야 재난안전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단순히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과 피해 우려 지역의 주민들에게 상황에 맞는 행동 요령을 안내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차제에 재난 대응체계도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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