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새벽 지축을 흔드는 경주발 4.0 지진에 놀라지 않은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집이 흔들려 곧 무너질 것 같은 공포감에 모로코에 강타한 6.8 규모의 지진에 약 3만 명의 사망자와 6천 명 이상이 부상한 공포의 지진을 연상하면서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이제 지진은 남의 일이 아니다.   설령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내진설계와 튼튼한 건물을 지으면 그나마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절대 품질을 요구하는 콘크리트의 품질문제는 백년하청이다. 콘크리트의 약 60~70%를 차지하는 골재의 품질확보가 생명을 담보하는 동아줄이 될 것인데 이것이 문제다. 지하 터파기 공사에서 나오는 불량 암석들로 골재를 만들어 마구잡이로 건물을 짓고 있는데 지진은 이런 부실공사를 보고 비웃지 않을까. 지하 터파기 공사현장에서 나오는 선별 파쇄 골재가 전체 골재 공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석산에서 채취하는 산림 골재도 있다. 하지만 이 산림 골재는 생산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산림 골재는 품질확보는 되지만 선별 파쇄 골재는 품질확보가 어렵다. 골재의 품질확보는 지상과제다. 하지만 업자와 관계 당국은 한통속이 되어 부실공사를 부추기고 있다. 이 현실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부실공사근절은 그림의 떡이다. 건축물 허가를 해줄 때 관계 당국은 토사처리장을 지정한다. 그렇지만 당국은 이를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것만 제대로 관리해도 지하 터파기 등에서 나오는 불량골재 유통을 근절할 수 있다. 양심 불량의 골재파쇄업자들은 이것을 공짜로 가져와서 양질의 콘크리트 골재용으로 둔갑시킨다.   정상적으로 석산에서 채취한 골재와 비교해서 가격 경쟁력이 있으니까 저가 입찰로 아파트 등 구조물에 독점하다시피 한다. 문제가 또 있다. 시공사들이다. 불량골재들은 가격이 싸기 때문에 이런 골재로 만든 레미콘을 선호한다. 이것은 건축비를 저렴하게 해서 시공사들이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으므로 눈 감고 아웅 하고 있다. 마치 악어와 악어새 같은 먹이사슬 구조로 되어 있다. 허가만 내주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는 관계 기관들과 시공사, 시공사 소장 등을 엄중히 문책하고 국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일반 국민은 콘크리트도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콘크리트도 숨을 쉬고 있다. 콘크리트 동결 용해가 있는데, 이것은 콘크리트 내부의 공극 중에 존재하는 공극 수의 동결로 팽창압이 발생하면 이로 인하여 미세내부균열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동결 용해의 반복에 따라 상대 동탄 계수가 급격히 저하되어 압축강도가 떨어지고 내구성 확보가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품질이 검증된 우량골재를 사용하고 콘크리트 제조 시 시멘트량을 빼먹지 않으면 백 년 이상 가는 건축물도 가능하다. 아파트 교체 수명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OECD국 중에서 자랑(?)스럽게도 꼴찌다.   영국 128년, 독일 121년, 미국 72년, 일본 54년, 우리나라는 겨우 27년 정도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부실공화국이라는 것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단기간에 부수고 새로 짓고 하면 그만큼 국가적 낭비가 발생하고 미래세대에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적 공분과 경악을 금치 못했던 지난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불량 레미콘이 주범이라 할 수 있다. 이 붕괴사고뿐 아니라 와우아파트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나도 그때뿐이다. 까마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우리 국민은 안전 불감증에 걸려있다. 이런 안전 불감증을 고치기 위한 백신 개발과 치료 약이 필요하다. 금방 잊고 사는 냄비근성을 고치지 않고서는 우량건축물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대구는 지진에 가장 취약한 곳이다. 대구 지역은 대부분 햇빛을 보면 부서지는 퇴적층(혈암)으로 되어 있어 모로코 같은 강진이 발생하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몰살할 수도 있는 곳이다. 퇴적암을 파쇄업자들이 건축 골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아파트 현장이나 대규모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토사 석을 파쇄업체들에 공급하고 이 골재로 건축공사를 하는 실정이다. 당국은 이런 토사 석이 지정된 토취장으로 가도록 감시 감독만 잘하면 파쇄업자로 직행하는 것을 근절할 수 있는데도 손 놓고 있다. 이것은 부실공사를 부추기는 분명한 직무유기다.   또한, 건설업체는 가격이 싼 골재로 만든 레미콘을 선호하고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기 때문에 불량골재유통을 근절할 수 있는 특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구조물의 안전성을 생각하지 않고 싼 레미콘을 선호하는 건설현장의 안전 불감증은 미래세대의 재앙이다. 이제 우리도 후손들에게 100년 이상 가는 건축물을 지을 수 없을까. 지하 터파기에서 발생하는 검증되지 않은 저강도의 퇴적암(혈암)의 저급골재로 저가 입찰 등 시장교란 질서를 바로잡는다면 부실시공 및 시설물의 중대한 위험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제도상의 문제도 부실공사를 부채질하고 있다. 바닷모래, 하천, 육상골재는 국토부에서 관장하고, 산림 골재 채취 인허가권은 산림청이 쥐고 있다.이참에 건설과 관련된 산림 골재도 국토부로 이관하여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골재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석재산업법으로 통합이 필요하다. 또한, 채석장의 지하채석허가도 제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위험도가 따르고 골재생산비가 많이 들어가는 수직형 석산 골재 채취허가를 바꾸어야 한다. 산뿐인 우리나라가 왜 산을 갖고 아끼는지 모를 일이다. 산 하나를 몽땅 들어내는 허가를 해주면 원가절감이 되어 건설비가 적게 들고 불량골재를 근절할 수 있다. 또한, 채석 완료 후 생기는 평탄한 부지도 실버타운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정비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부실공사를 근절시키고 안전 불감증을 치료할 수 있는 특효약과 백신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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