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 년 끊임없이 시 창작활동을 하며 지역 문학을 가꾸고 발전시켜 온 ‘낭만가객’ 정민호 시인이 한 해의 끝자락에서 겨울 밤하늘 별빛같이 투명한 시집을 냈다.    정민호 시인의 제21시집 ‘그때, 그 해변의 여인(도서출판 뿌리)’으로, 이번 시집에는 1966년 등단 후 지금까지 쉼 없이 시작을 이어온 시인의 삶과 일상에 대한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인 관찰로 그린 71편의 시들이 엮였다.    노 시인의 편안하고 담담한 시각으로 구체화 되고 있는 시어들은 매운 겨울바람을 순하게 누그러뜨리는 햇살에 다름없다. 이번 시집에서는 표제작을 비롯, ‘강물 속으로 흐르는 밤’, ‘책장을 넘기며’, ‘그리운 날에’, ‘시인의 고향’, ‘함께 잠들다’, ‘한재 선생님을 보내며’, ‘찬란히 빛나거라 경주예총’ 등의 시들로 구성돼있다. ‘지금은 말을 해도 만날 수 없는/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 긴 머리채 느리운 어느 여인이/ 그 때 바닷가에서/ 「솔베이지의 노래」를 불렀지.// 황혼에 젖은 그 노래 소리에/ 해당화 꽃잎이 지던 그때 그 시절/ 꽃은 지금도 피었다가 지고 있을까?// 바다 멀리 퍼져나가던 그의 노래는/ 언덕에 닿아 어느 시인의 시비詩碑가 되어/ 지금도 그 시의 한 구절이/ 조용히 물위에 떠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그 해변의 여인’ 전문. 노 시인은 이 시 작가노트에서 “젊은 날, 검푸른 호수처럼 맑았던 영일만에서 하늘의 뭇별이 내리기 시작하는 백사장 멀리에서 어느 여인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노래가 흘러가는 곳마다 해당화가 피고, 피었던 꽃잎이 지기도 했었다”며 시보다 더 시 같은 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서정적인 기억을 물상에 대입해 끄집어내거나 작고한 문우나 지인들에 바치는 시들을 통해 소중한 만남과 안타까운 이별의 정을 교차시키는 시편들이 눈에 띈다. 특히 ‘찬란히 빛나거라 경주예총 –경주예총 60주년에’서는 경주예술의 등불을 횃불처럼 힘껏 밝히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도 보인다. 정민호 시인은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착과를 졸업(현 중앙대 예술대학)하고 1966년 박목월·조지훈 선생의 추천으로 ‘사상계’로 등단해 시집으로는 ‘꿈의 경작’ 등 21권, 시조집, 시선집 ‘깨어서 자는 잠’ 등 다수를 발표했다.경주시 문화상, 경상북도문화상, 한국문학상, pen문학상, 한국예총예술대상, 문예한국상, 금복문화대상 등을 수상했고 경주문인협회장, 예총경주지부장, 경북문인협회장, 동리목월문학관장 등을 역임, 현재 경주문예대학 명예원장, 경주향교사회교육원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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