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 단풍 명소로 각광 받고 있었던 경주시 서면 ‘도리 은행나무숲(경주시 서면 도리길 35-102 일원)’이 기억속으로 사라진다.17일 찾은 서면 은행나무 숲에는 벌목하기 위한 요란한 기계 굉음이 숲을 뒤흔들고 있었다. 주차장 바로 뒤편의 은행나무 숲에는 50여 년 수령의 수십 그루 나무들이 이미 베어진 상태였다.본지 3545호(2022년 12월 4일자)에서는 경주시 서면 도리 은행나무숲이 수년간, 소유자 김 모 씨와 주민들과의 갈등, 경주시의 소극적 태도로 궁지에 몰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음을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2년 전, 소유주 김 모 씨는 수차례 이곳 마을 주민들이 요구한 피해보상금과 벌목 등 민원 독촉에 쫓겨 2022년 3월, 500평에 이르는 50년 수령 군락지 중 한 곳의 은행나무와 이외 다른 구역의 일부 은행나무 등 1000여 그루를 벌목한 적이 있다.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주민들은 은행나무 숲 그늘로 인한 작물(마늘 등) 피해와 조망권 제한 사례를 호소하며 숲 인근 농지에 대한 피해보상과 은행나무 처분, 벌목을 요구했다고 한다.경주시에서는 피해를 제기한 주민의 농지를 매입해 주차장으로 확대,관리해 피해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약속 등을 했으나 뚜렷한 진척없이 흐지부지됐고 지난해 가을 경주시 고위 관직자가 ‘노력해보았지만 도저히 지원하기 어렵다’고 알려와 급기야 전체 숲을 벌목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민원이 해결되지 않고 몇 년이 지나면 숲 전체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김 씨의 우려가 적중했다.소유자 김 씨는 이번 벌목 작업을 시작으로 전체 숲의 은행나무를 베어내야 하는 참담한 심경을 전하면서 “수년에 걸쳐 도리은행나무숲 관리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경주시에 호소했으나 여러 차례 지원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마음의 상처는 깊어질대로 깊어졌다”고 토로했다.김 씨는 관광객들에게 힐링할 수 있는 훌륭한 자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아무런 소득도, 수익 사업도 없이 개인 비용으로만 십 수년간 노력해왔으나 주민들의 비협조와 몰이해, 경주시의 소극적이고 미온적인 태도로 전체 민원을 개인 혼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전하면서 "베어진 나무들은 숲 인근에 사는 주민에게 맡겨 땔감으로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김 씨가 꿈꾸며 구상했던 아름다운 은행나무 숲은 주변 자연 인프라와 연계한 전국적인 명소로의 도약이었다. 물론, 주민의 이해와 경주시의 협조, 지원이 전제였다.한편 도리 은행나무숲은 김 씨의 부친이 선조들의 고향인 이곳 도리마을에 마을회관을 기증하고 은행나무숲도 조성한 곳으로, 하루 최대 방문객이 1만3000여 명(차량 4000대 이상)에 달할 정도로 경주 대표 힐링 숲인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끌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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