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흘렀다. 그날의 기억은 온 국민에게 또렷하다. 비스듬히 누운 채 가라앉는 여객선을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은 애타는 심정으로 한 명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기원했다. 강산도 변할 만큼의 세월이 지났지만, 유가족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듯이 국민들에게도 그 충격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 비극에서 교훈을 얻어 지금 대한민국은 한층 안전한 사회가 됐나.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해 법적 책임을 묻거나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탄치 않았다. 세 차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비롯해 특검, 검찰특별수사단까지 주체를 바꿔가며 조사와 수사를 벌여 일부 의혹을 밝히고 참사의 직접적 책임자들을 단죄했다.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고 사회적 비용이 소요됐다.   이런 와중에 불행한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2022년 10월29일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에서 159명이 질식해 목숨을 잃은 참사에서는 정부, 지자체 등의 안전사고 대응 역량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2018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45명 사망), 2020년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38명 사망),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6명 사망), 2023년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14명 사망) 등도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초동 대응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를 놓고도 지난 10년간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이 해체되고 해경·소방 기능을 합친 국민안전처가 출범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 안전처를 폐지하고 행정안전부에 재난안전관리본부를 신설해 재난 안전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기능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처럼 소 잃고 외양간조차 고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데는 대형 인명피해 사고가 나면 이를 정쟁 도구화하는 정치권의 책임도 적지 않다. 원인을 파악해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대응 매뉴얼을 손질해야 할 시간에 지루하게 정치 공방만 벌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사회는 과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자문해볼 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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