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회담으로 협치의 첫발을 뗐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발언을 경청하며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강조했고, 민주당은 민감한 현안에선 기존 입장차만 재확인했다는 데 평가의 방점을 찍었다. 결국 첫 만남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의의를 찾을 수 있지만 서로 할 말만 하고 헤어진 한계도 뚜렷이 드러낸 셈이다.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중요한 건 회담 이후다. 한 번의 만남으로 실타래처럼 얽힌 정국이 일거에 풀리기를 기대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을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이래 대통령실과 거대 야당 간 단절의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만남을 통해 여야 간 민감한 쟁점들에 대해 이견을 좁혀가는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자주 만나 신뢰를 쌓아 간다면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대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고 본다.그런데 회담 이후 여야의 모습은 실망스럽다. 양측이 `소통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한 게 맞나 싶다. 당장 5월 국회 본회의 소집 문제를 놓고 또다시 대결하는 양상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5월 2일 본회의를 반드시 열어 해병대 장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생 회복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입법·정책 계획을 예정대로 차근차근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합의된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연다면 동의해줄 수 있으나, 정쟁 유발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본회의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권은 4·10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잘 헤아리기 바란다. 국민은 대결의 정치를 버리고 대화와 타협으로 민생을 살피는 정치의 복원을 갈망하고 있다. 오르기만 하는 물가에 서민들은 가정의 달에도 외식 한 끼를 엄두 내기 힘들다고 한다. `만남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만족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여러 민생 문제에서 조속히 협치의 성과를 내는 것이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절박한 민생 현안과 중요한 국가 과제를 놓고 계속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안에 따라 국가 지도자로서 한 발짝씩 물러나는 용기와 대범함을 보일 필요도 있다. 그래야 국민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얘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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