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상북도간의 행정통합 논의가 시군 권한과 청사 문제의 걸림돌을 돌파하지 못하고 결국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대구·경북이 실무 TF단까지 꾸리며 통합논의에 속도를 붙였지만 통합논의가 시작된지 92일만에 좌초될 상황을 맞은 것이다.지난 5월 17일 홍 시장은 지난 2019년 추진됐다가 무산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새롭게 추진하자고 전격 제안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통합논의는 급물살을 탔다.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무산을 공식 선언하면서 1995년 민선자치제 출범 이후 광역자치단체 간 첫 통합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파국을 맞게 됐다.홍 시장은 이날 “오늘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다. 최종시한이 내일까지이지만 도의회 동의는 어려울 것 같다”며 “더이상 통합논의는 장기과제로 돌리고 우리는 대구혁신 100에만 집중하는 게 대구·경북의 갈등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홍 시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28일까지 대구시가 제시한 통합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도지사는 이날 홍 시장의 무산 선언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 우리는 한 달간 공론의 과정을 갖고 전문가와 주민 의견을 들어 시군 권한과 청사 문제를 9월말까지 결론내자”고 답한 바 있다.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난 6월 4일에는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등 4개 관계기관장이 전격 회동을 갖고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 시와 도는 각각의 통합안을 마련, 합의안 도출을 위한 협의를 계속해왔다.하지만 논의 막판까지 시군의 권한과 통합 청사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갈등을 키웠다. 대구시는 대구와 안동, 포항 등 3곳에 대구광역특별시 청사 설치 방안을 제시했고 경북도는 현행대로 대구와 안동에 두는 안을 고수했다.기초지자체 권한과 관련해서도 대구시는 시군 사무 권한을 대구경북특별시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경북도는 시군에 더 많은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맞서 고비를 넘지 못했다.여기에 27일 열린 제349회 경북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일수 도의원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시도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순식간에 후딱 해치워 버릴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고 이형식 도의원도 “시도민 없이 두 단체장만의 대화로 2026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만을 목표로 마치 속도전 하듯 졸속으로 추진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발언하면서 홍 시장이 더이상의 통합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는 명분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이 같은 홍 시장의 일방적인 통합논의 중단 선언에 대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중단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이 도지사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저출생 등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국가 대개조 사업”이라며 “특히,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다극체제를 만들어 지방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앞장서서 행정통합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행정통합은 다양한 분야가 서로 얽혀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로 진행 과정에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합의와 조정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제기돼 온 문제보다 더 큰 난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협의하며 조정하는 가운데 난관을 극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가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