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완성은 관객들이 오셔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관람 소감도 함께 나누고 연기자들과의 소통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경주 출신의 대문호인 김동리의 소설 ‘을화’가 국내 연극으로는 처음 경주립극단이 창작해 초연한다. 경주시립극단(감독 강성우)은 4월 3일~4일 무대에 올릴 제132회 정기공연 ‘을화(극본 유보배, 연출 강성우)’의 오픈 리허설을 경주예술의전당 내 연습실에서 14일 진행했다. 경주시립극단은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관객 30여 명을 초청해 정기 공연에 앞서 이번 오픈 리허설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연극 ‘을화’는 김동리의 소설을 바탕으로 ‘맺힘과 풀림의 기록 1978’이라는 부제로 초연된다. 이날 오픈 리허설에서는 원작에는 없는 프롤로그 부분을 공개해 배우들이 미리 선보이는 연기를 바로 지척에서 호흡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1982년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던 김동리의 ‘을화’는 단편이었던 ‘무녀도’를 장편으로 개작한 소설로, 한국문학의 진수로 평가받고 있다. 단편 ‘무녀도’는 각 지역에서 여러 번 공연이 된 바 있었으나 장편 ‘을화’는 이번에 경주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라, 리허설 현장에서도 열기가 높았다. 연극 ‘을화’는 원작의 내용을 반영하면서도 관객의 이해를 돕고 우리 시대의 가치관을 다시 짚어볼 수 있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할 예정이다. 역사의 격변기 속에서 기독교와 민간신앙간 종교적 대립이나 신·구세대 간의 갈등보다는 무녀이자 엄마로 살았던 주인공 ‘을화’를 따라가며 주시한다.리허설 후 관객과의 소통에서 강우성 감독은 기독교와 무속에 관련한 충돌적인 부분은 대사 등에서 최대한 덜어냈다며 ‘부딪힘’ 보다는 가장 작은 사회단위인 가족 안에서 한 인간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를 이 작품을 통해 풀어내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 관점을 가족사에서 사회로 확장시켜 관람하기를 바라고, 현재 우리 사회의 맺혀있는 현상들이 해소되고 풀리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연출했다. 이것이 ‘맺힘과 풀림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단 이유이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립극단의 원로 배우 이애자 선생도 참석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선생은 1983년 ‘무녀도’ 공연으로 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특히 이번 연극에서 노출되는 ‘굿’ 장면에 대해 경상도 경주의 씻김굿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접근으로 연극의 리얼리티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작품의 배경이 경주인 만큼 지역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도록 경주의 굿과 소리와 리듬을 재연해달라는 당부였다. 경주시립극단은 이번 작품 ‘을화’를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레퍼토리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연출을 맡은 강성우 감독은 “이번 공연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발전시키고 수정 보완해 좀 더 완성도 있는 공연으로 경주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무대에 오릴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립극단 제132회 정기공연 ‘을화’는 4월 3일과 4일 양일간 오후 7시 30분에 열리며, 관람시간은 100분이다. 14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전석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