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유교적인 입신양명의 방법이다. ‘수신’은 오늘날에도 그 의미가 과거와 다르지 않지만 ‘제가’부터는 유교적 의미와 현대적인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과거 조선시대 통치이념이었던 유교의 덕목은 봉건적 중앙집권적 권력구조 속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가르친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군신, 부자, 부부, 붕우간의 인간관계를 말한다. 그 중 군신간, 부자간, 부부간의 인간관계를 보면 봉건적, 중앙집권적, 세습적 관계에서의 인간관계를 중요시 한 것이다. 군과 신의 관계에서 ‘충’은 신하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이를 통해 군주의 은택을 입어 입신양명할 수 있었다. 군주의 어짐과 사랑 보다는 ‘忠’ 다음의 은택인 것이다. 부와 자의 관계도 씨족사회 속에서 가부장 중심의 가족관계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 보다는 ‘孝’가 중요시 되었다. 부부관계도 만찬가지다. 당연히 가부장인 남편 중심의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칠거지악이란 말이 통용되었고, 부인이나 자식은 가부장의 소유물쯤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러한 가족관은 불과 우리 아버지 세대에 까지만 해도 숭상되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간관계가 현대에 와서는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봉건적 중앙집권적인 상명하복적인 유교적 인간관계가 민주적 분권적 평등적인 인간관계로 변화된 것이다. 유교적 사회에서는 전통을 중요시하고 세습적 성향이 강한 반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시인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인격이 존중되고 독립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각자의 창의적인 성향이 중요시 된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가족관계에 대한 인식에도 같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유교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가정을 폭력적으로 다스리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의 문제는 결국 가정내 갈등을 인내와 대화로 풀기 보다는 폭력으로 해결 하려는 구태의 남편 또는 아버지로 남아서는 안된다. 불과 우리들의 아버지 세대에만 해도 숭상되었던 유교의식이 현 세대에서 가치관 및 정체성의 혼돈을 초래하는 과도기적 현상일 수 도 있지만 현대의 민주사회에서는 오늘날에 맞는 자유민주적 가족관계의 형성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그렇지 못한 폭력적 가족관계는 심각한 가정파탄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자녀들이 건강한 자유시민으로 성장하는데도 악영향을 줄 뿐이다.  따라서 ‘박근혜정부’에서는 사회분야 국정과제중 하나로 「4대악근절」을 정하고 그 중 하나로 가정폭력근절을 주테마로 삼고 있다. 이는 우리가정이 세습적, 폐쇄적 사회에서 개방적, 창의적 사회로 변화하기 위한 사회적 토대가 되도록 하고 날로 심각해지는 가정파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가정폭력에 대한 경찰의 제지에 대해 남의 가정사에 왜 간섭이냐는 식의 유교적 인식이 강한 가장들이 많이 있다. 아내 또는 자식에게 가하는 폭력을 아직도 척결되어야 할 가정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경찰은 가정 내에서라도 폭력에 대해서는 현행범 체포 또는 강제 구금을 통한 격리 등 가혹한 제제를 가하고 있다. 이것의 근거가 되는「가정폭력방지법」(‘가정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에관한법률’ 및 ‘가정폭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을 합친 말임)은 2013. 3. 23.부터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물론 한 가정의 평온을 지켜 주고자 하는 마음이 경찰에게 없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와 사회가 변했음에도 더 나아가 변화되어야 함에도 가정폭력을 일삼는 가정에 대해 예방적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당부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세계 질서의 대세는 유교적 세습적 중앙집권적 가부장적 사회가 아니라 민주적 독립적 분권적 창의적인 의식이 지배하는 사회이며 이런 변화를 받아 들여야 국가의 지속적인 번영도 기대할 수 있다. 공자도 『역경』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셨다. ‘易’자는 변화가 쉽게 일어나기도 하고 변화하고자 하면 쉽게 변할 수도 있음을 나타낸다.  미래 우리의 자식들에게 보다 더 좋은 사회를 넘겨주기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 남편 아버지들도 이 변화에 적응하여 정체성의 혼돈에서 벗어나 이 시대에 맞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여야 되지 않을까? 경주경찰서 황성파출소 경위 오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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